좋은 문장

솔개의 飛行

미송 2016. 12. 7. 19:01
 


솔개의 비행
70년을 살 수 있는 솔개는 40년 정도 되었을 때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한다. 사냥의 1호 무기였던 날카로운 발톱이 안으로 접히면서 딱딱하게 굳어간다. 긴 부리도 가슴 쪽으로 구부러진다. 깃털은 두꺼워지고 무거워 날기조차 힘들다. 솔개는 두 갈래 길에서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이대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자기 몸을 부수는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다. 살기로 결단한 150여 일 동안 둥지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킨다. 낡은 부리를 바위에 쳐서 깨부순다. 그 자리에 새로운 부리가 나면 자기 부리로 수명이 다한 발톱과 깃털을 하나씩 뽑아낸다. 완전히 탈바꿈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개월. 이제 새로운 생명이 성장하여 가뿐하게 30년은 살 수 있다. 변화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자신을 변화하여 더 큰 창공을 날고 싶은 사람은 껍질을 벗겨내는 아픔과 과정을 겪어야 한다.
 

 

 

 

요즘 인간 평균 수명보단 짧지만 솔개의 수명도 긴 편이다.

솔개와 같은 기로를 만난 것일까.

언제나 기로였지 하면서도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그럴까.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명언.

 

다만 존재함으로써 다함이 없는 생이길 바라지만, 존재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 야릇한 인간.

그것은 타인으로 태어난 운명.

 

한번은 의식이 끊기고 한번은 뇌와 혈관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나 스스로 채비를 서두른다.

삶과 죽음이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므로

기로에서 나이를 가늠하는 일 또한 인간의 일이다.

 

욕심도 달 같은 소망도 없으나 시간표를 재정리해 본다.

닝닝하게 들여다볼 것이냐, 지나간 반쪽은 접고 도전할 것이냐,

 

이것은 뽑히고 부서지는 고통이 수반된다니,

최소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니,

으악. 비명이나 질러두자.

잔인하게 눈 부릅뜨고 찍 소리 안하고 전진해 보는 것,

마취 없는 수술대에 오르길 각오하는 것.

 

어때?

 

저 하늘 솔개도 그런다는데 덕지덕지한 땅의 사람이야,

100년의 생을 견뎌야 할 인간이야.

 

20130629-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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