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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간 평균 수명보단 짧지만 솔개의 수명도 긴 편이다.
솔개와 같은 기로를 만난 것일까.
언제나 기로였지 하면서도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그럴까.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명언.
다만 존재함으로써 다함이 없는 생이길 바라지만, 존재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 야릇한 인간.
그것은 타인으로 태어난 운명.
한번은 의식이 끊기고 한번은 뇌와 혈관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나 스스로 채비를 서두른다.
삶과 죽음이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므로
기로에서 나이를 가늠하는 일 또한 인간의 일이다.
별 욕심도 달 같은 소망도 없으나 시간표를 재정리해 본다.
닝닝하게 들여다볼 것이냐, 지나간 반쪽은 접고 도전할 것이냐,
이것은 뽑히고 부서지는 고통이 수반된다니,
최소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니,
으악. 비명이나 질러두자.
잔인하게 눈 부릅뜨고 찍 소리 안하고 전진해 보는 것,
마취 없는 수술대에 오르길 각오하는 것.
어때?
저 하늘 솔개도 그런다는데 덕지덕지한 땅의 사람이야,
100년의 생을 견뎌야 할 인간이야.
20130629-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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