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최형심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미송 2013. 8. 26. 11:02

 

 

 

 2250년 7월 5일 쇼핑목록 / 최형심

 

 1. 압축된 고요 한 캔 (알프스의 아침 공기와 2:1로 잘 섞어서 쓸 것)

 2. 혈압 높은 부모님을 위한 염분을 쫙 뺀 바닷소리 2장

 3. 옷걸이에 걸 수 있는 정오 세 가닥

 4. 가을바람 두루마리 한 롤, 빗소리 커튼 두 마, 한 장씩 뽑아 쓸 수 있는 시원한 그늘 스무 장 (패키지로 구입)  

 5. 문상용 순도 100% 눈물 1리터 충전 (올가을 결혼식용 웃음은 휴가 끝나고 충전 할 것) 

 6. 냉동꿈 2조각 (해로운 첨가물인 ‘개꿈’이 들었는지 품질표시 반드시 확인)

 7. 남편 3호 (여행에는 잘 생긴 3호가 적당. 지금은 3호 성수기이므로 절찬 세일 중. 잠자리용 근육질 1호와 돈벌이용 머리 좋은 2호는 여름동안 잠시 코드를 뽑아둘 것)

 8. 휴대가 간편한 접었다 펼 수 있는 깜깜한 밤

 9. 1492*년행 여행티켓 2장 (바다와 모험이 있는 최고의 여름휴가 상품. 직항은 비싸므로 2000년역에서 갈아타는 저렴한 상품으로 구입)

 10. 심심할 때 씹을 상사 한 세트 (사장, 전무, 부장, 차장, 과장, 대리 5시간용 풀세트 구입. 1시간용 입사동기 세트를 덤으로 끼워줌)     

 

 

 ※ 50년 할부로 구입한 절친한 친구 네 명은 잦은 트러블로 반품처리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

 

최형심(1971년 ~ ) :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법학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08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아동문예문학상을, 2012년에는 한국소설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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