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감자

미송 2013. 9. 7. 10:10

     

     

     Vincent van Gogh, 감자 먹는 사람들 (1853~1890)

     

     

    감자 / 오정자 

     

    시큰해진 무릎을 끌고 식탁으로 간 여자

    찝찔한 소시지와 식은 감자를 데워 접시에 올린다

    1.5인분의 밥을 보충하려고 카스텔라도 썬다

     

    여자는 문득

    감자를 먹지 않는 문구씨를 떠올린다

    강원도 출신의 문구씨는 감자를 왜 안 먹을까

    찌개에도 볶음에도 들어가는 감자를 

     

    남은 카스텔라를 개에게 나눠 주자

    접시를 잽싸게 핥는다

    감자도 먹을래 하는 여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자도 풍경도 몽땅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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