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고진하 <라일락>

미송 2014. 3. 15. 10:54

 

 

 

 

 

          돋을볕에 기대어 뾰족뾰족 연둣빛 잎들을 토해 내는
          너의 자태가 수줍어 보인다

          무수히 돋는 잎새마다 킁, , 코를 대보다가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졌다는
          천수관음보살을 떠올렸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지극한 보살이 있어 
          천 개의 눈과 손마다
          향낭(香囊)
          움켜쥐고 나와
          천지를 그윽하게 물들이는
          너의 공양을 따를 수 있으랴

         고진하 <라일락> 전문

 

   옛날 인도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두 형제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아래서 자랐다. 그런데 어느 날 계모의 손에 의해 섬으로 옮겨져 갇히게 되었다. 잠에서 깬 두 형제는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지속적인 굶주림에 동생이 먼저 죽어가게 되었는데 그때 동생은 형 앞에서 서원을 하였다. 나는 천 개의 눈과 천개의 손을  갖고 다시 태어날 거야. 그래서 우리처럼 울부짖으며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만나면 반드시 도와 줄거야. 천수보살에 대한 전설이다. 천개의 손과 눈을 지닌 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도 불리는, 세상을 긍휼로 덮었다는 보살에 대한 이야기.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문수보살에게, 지옥에 빠지려는 사람은 지장보살에게, 이미 지옥에 빠진 사람은 그냥 아미타불만 부르거나 것도 힘들면 누가 대신 불러주어도 된다는, 부름의 종교, 불교에 대해 듣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감리교에서 말하는 만인구원설과 비슷하다. 인도가 원래 다신교 국가라서 이렇게나 다양한  보살들이 생겼을까. 예수도 거기선 예수보살로 통할까. 가난한 자들을 위해 몸소 실천을 보여준 예수보살. 당신이 곧 보살(보리샤트바)입니다. 라일락 향기를 미리 기억하며 손 모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