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눈이 내린다 / 오정자
자존심 상하다가도 금방 웃는 배알도 없던 나를
새벽 휘저어 잠깨운 뻔뻔스럽던 나를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다가도 콱 껴안고 싶던 나를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짓밟고 때리고 깨물고
그리고 울리고 싶던 나를
익명의 한 남자가 반송한다
빨갛고 가녀린 장미를 물고
빨간 손톱으로 치맛단을 올리고
빨간 브래지어를 걸친
한 여자가 눈 안에 든다
야하다 나르시시즘 꽃 보다 한들거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툴툴대던 당신이
투사했던 무구한 날들이
4월의 눈발로 흩날린다
내 눈이 삐었지 그땐 완전히 미쳤었지 하면서
위아래 좌우로 흩날리는
사라지는가 하여 다시 보는 광란의 속옷
201004 - 20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