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4월에도 눈이 내린다

미송 2014. 6. 24. 07:37

 

 

 

 

4에도 눈이 내린다 / 오정자

 

자존심 상하다가도 금방 웃는 배알도 없던 나를

새벽 휘저어 잠깨운 뻔뻔스럽던 나를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다가도 콱 껴안고 싶던 나를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짓밟고 때리고 깨물고

그리고 울리고 싶던 나를 

익명의 한 남자가 반송한다

빨갛고 가녀린 장미를 물고

빨간 손톱으로 치맛단을 올리고

빨간 브래지어를 걸친

한 여자가 눈 안에 든다

야하다 나르시시즘 꽃 보다 한들거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툴툴대던 당신이

투사했던 무구한 날들이

4월의 눈발로 흩날린다

내 눈이 삐었지 그땐 완전히 미쳤었지 하면서

위아래 좌우로 흩날리는

사라지는가 하여 다시 보는 광란의 속옷

 

201004 - 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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