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이홍섭 <입술>

미송 2014. 7. 12. 10:35

 

 

입술 / 이홍섭

 

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하지 않겠는가

 

 

이홍섭(1965년~ ) 강릉시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