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작가들

박영근 시인

미송 2014. 12. 8. 08:55

 

민중시인 박영근(1958~2006) 시선집 '솔아 푸른 솔아'가 나왔다. 시인 백무산, 김선우씨가 고인의 시 58편을 골라 엮었다.

박영근은 노동시인, 노동자 시인 등으로 불렸다. 자본주의 비난, 분단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시편들을 남겼다. 1980~90년대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노랫말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박영근의 시 '솔아 푸른 솔아-백제6' 속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중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에 이렇게 옮겨진다.

 

 

'새떼들이 날아가고 있어요, 어머니/ 들판의 가득한 벼포기들도 오늘은/ 내 앞에서 자꾸만 흔들리고 있어요. 보고 싶은 어머니/ 만나야 할 얼굴들도 웬일인가요/ 고개 숙이고 내가 없는 곳으로/ 더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가위질에 부르튼 손마디는 더 시리고/ 자꾸만 어디선지/ 눈물이 나네요, 어머니/ 외롭습니다.'(편지-어머니에게)

1980년대 시 '서시'에 박영근은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고 썼다.

박영근 시선집을 펴낸 백무산, 김선우씨는 그가 떠난 것은 "시대의 죽음"이라고 통탄했다. "이 시대란 현란한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는 역사 시대가 아닌, 영혼이 더 이상 삶을 끌고 갈 수 없는 해체적 혼돈이 열어놓은 지평에 호출된 낯선 시간의 경계"라는 해석이다.

또 "그가 살아온 과정을 한 권으로 압축해놓고 보니 한 시대의 아픔을 이 시인만큼 직접적으로, 그 고통의 중심에서 겪어온 시인이 없는 듯하다. 이 시인이 동시대의 그 어떤 시인보다도 오래오래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박영근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