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_ ssun
공원에서 생긴 일 / 오정자
햇무리 동산에 걸린 오후
첫돌 금방 지난 아기가 쥐고 있는
새우깡 한 주먹을 비둘기들이 덤벼들어
허기진 부리로 콕콕 쪼아 대는 걸 보았어요
잿빛 날개들이 미친 듯 푸들거렸어요
나무뿌리 땅 위에 솟아
마른 흙이 옹이로 박혀 있는
일흔 살 넘은 손등 위로
생애의 힘줄 툭툭 불거지고
헛기침에 핏발 선 할머니의 시선이
비둘기들에게 저주처럼 날아갔어요
아기 이마의 따스한 햇살 속에서
긴 비명이 탯줄을 끊는 동안
근처 소나무와 계수나무는
아기와 비둘기와 할머니의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20070425-201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