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오정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신 날
그것도 저녁에서 밤사이 마신 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를 또 마시는 이유는 무엇이니
프림에 대한 추억 때문이니
추억의 정확한 지명指名도 잃고
말똥말똥 음악을 듣고
옛 시를 주물럭대고
날아갈 듯 그냥 자유롭다
신기하다 지치지도 않고
숨 쉬고 있다 너는
오늘의 마지막 블랙커피는 사양했어야 해
잠들지 못할 것 같은 감각이 이런 말을 시킨다
감각이 대들자 굳어진다
잠꼬대도 방언으로 하는 남자가
틈새로 잠간 끼어든다
커피 때문일까
왜 머리에선 빙수기계가 돌지
콧김이 쌩쌩 나올까
커피는 뽕이 아니었을 텐데
간판에 담배연기 천사는 상징마크였을까
천사를 올려다 보다 궁금했다
해롱거리며 그 애가 어디서 왔는지가
물에 빠진 밤은 하얗게 된다
시간의 처음이 왜 멈추었는지
왜 멈추지 않고 또 도는지
당최 마술을 실타래처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많은 과업은 필요하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쉼 없이 들숨과 날숨을
마시며 살고 있구나
커피만큼 공기를 마시며
지치지도 않고
내일도 마시며
내일이란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너는
다시 커피를 마시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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