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커피

미송 2015. 4. 1. 08:52

 

 

 

 

 

커피 / 오정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신 날

그것도 저녁에서 밤사이 마신 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를 또 마시는 이유는 무엇이니

프림에 대한 추억 때문이니

추억의 정확한 지명指名도 잃고 

말똥말똥 음악을 듣고

옛 시를 주물럭대고 

날아갈 듯 그냥 자유롭다

신기하다 지치지도 않고 

숨 쉬고 있다 너는 

오늘의 마지막 블랙커피는 사양했어야 해 

잠들지 못할 것 같은 감각이 이런 말을 시킨다  

감각이 대들자 굳어진다

잠꼬대도 방언으로 하는 남자가 

틈새로 잠간 끼어든다

커피 때문일까

 머리에선 빙수기계가 돌지

콧김이 쌩쌩 나올까

커피는 뽕이 아니었을 텐데

간판에 담배연기 천사는 상징마크였을까

천사를 올려다 보다 궁금했다 

해롱거리며 그 애가 어디서 왔는지가

물에 빠진 밤은 하얗게 된다

시간의 처음이 왜 멈추었는지

왜 멈추지 않고 또 도는지

당최 마술을 실타래처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많은 과업은 필요하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쉼 없이 들숨과 날숨을

마시며 살고 있구나

커피만큼 공기를 마시며

지치지도 않고

내일도 마시며

내일이란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너는

다시 커피를 마시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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