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뼈 / 오정자
반사된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밤
수면이 미안하게도 극진한 밤
자리를 옮겨 그의 의자에 앉아 보았다
그의 의자는 내 의자보다 편안하였다
그가 환풍기와 벗하는 동안
작은 꽃들 담배연기로 바래어졌다
벽과 벽 사이 보이지 않던 거미줄이 보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허수아비 형상을
징검다리 예술이다 하며 감상하였다
두 사물이 깊어지는 풍경
벽은 물렁하였고 거미줄은 부드러웠다
끝내 거미줄을 걷어내지 않고
돌아와 촛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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