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부드러운 뼈

미송 2015. 4. 16. 08:08

 

 

 

 

부드러운 뼈 / 오정자

 

반사된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밤

수면이 미안하게도 극진한

자리를 옮겨 그의 의자에 앉아 보았다

그의 의자는 내 의자보다 편안하였다

 

그가 환풍기와 벗하는 동안

작은 꽃들 담배연기로 바래어졌다 

벽과 벽 사이 보이지 않던 거미줄이 보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허수아비 형상을

징검다리 예술이다 하며 감상하였다

 

두 사물이 깊어지는 풍경 

벽은 물렁하였고 거미줄은 부드러웠다

끝내 거미줄을 걷어내지 않고

돌아와 촛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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