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He, 뜨거운 침묵

미송 2015. 3. 21. 12:05

 

 

 

 

He, 뜨거운 침묵 / 오정자

 

 

독감이 그의 재미난 말들을 잡아먹었다

시간마다 걸던 전화도 안 걸고

밥맛까지 떨어진지 며칠

 

사랑 식어가는 소리 들리는 듯 하여 앙탈을 하자니

태양이 식어도 자기 사랑은 안 식는다 고

삼식이 목소리로 식는 건 그저 찐빵이나 태양일뿐이라 말하는

 

문득 수정하고픈 날 아침

김치를 먹기 위해선지 소시지를 먹기 위해선지

청양고추를 넣고 소시지김치찌개를 끓여 먹는다

멀건 무국 옆에 놓고 뻘건 수제소시지와 김칫국물로

입맛을 살린다

 

유난히 향긋한 냉이가 쓴 맛으로 씹힐 때

달 줄 알았는데 쓰네 하고 말하자

답변이 없다

독감이 걸린 후 맞장구도 안치는

 

대답이 없다 고 다그치자

'뜨거운 거 먹을 땐 말 좀 시키지 마' 그런다

 

독감이 그의 말주변까지 앗아가 버렸다

아니다 뜨거운 소시지를 먹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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