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고요 / 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 따라 청매靑梅 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
바람이 바뀌면
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
흙담으로 쏠리기도 했다
꽃 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
꽃잎을 어깨로 맞고 있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다
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
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
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
노래하며 질 수도…
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
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
음, 후렴이 아닌데!
시집<꽃의 고요, 문학과 지성사 2006>
20150409-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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