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토해내는 후덥지근한 숨결로 그득한 교회당 한쪽 구석에서
늘어선 떡갈나무 의자 사이에 꽉 들어찬 사람들의 눈은
소리 높이 경건한 찬미가를 부르는 성가합창대와 본전에서 넘쳐흐르는 노랫소리로 향한다
빵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양초 냄새를 맡으며
지극히 만족하여 두들겨맞은 개처럼 온순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자이며 영주(領主)이신 신(神) 앞에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일주일의 6일간 괴로운 삶을 신으로부터 허락받고 있었건만
일요일이면 걸상들의 광택을 내기 위하여 찾아드는 기특한 여인들
헐어빠진 외투 속에서 필사적으로 울면서 악을 쓰는
사나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여인들
더러운 때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수프를 훌쩍훌쩍 떠먹고 있는 야비한 여인은
기도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기도 따위는 아랑곳없이
이상한 모자를 쓰고 의기양양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의
일당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문밖에서는 추위와 굶주림뿐 그리고 술주정꾼
아무튼 한 시간만 더 지나면 언어도단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칠 거다
─ 그동안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이야기로 콧소리를 투덜거린다
주름살이 축 늘어진 노파들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자들이었다 어제는 거리에서
누구나가 피해서 지나갔던 간질병자들이었다
너덜너덜한 낡은 미사 전집(典集)에 코를 갖다 대고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개에게 이끌려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맹인(盲人)들
온통 이런 패거리들이 얼빠진 구걸하는 가락을 붙여서
긴 탄식을 토로하며 거듭 호소해 보지만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노란 햇빛을 받아 아주 높은 곳에서 아귀 같은 깡마른 자에게나
배불뚝이에게나 아랑곳없이 그리스도는 꿈꾸듯 멍하니 먼곳을 바라보고 계신다
곰팡내 나는 의류랑 음식 냄새가 미치지 않는 먼곳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작과 침울한 소극(笑劇)을 행하고 있다
기도는 어마어마한 미사려구(美辭麗句)
장중(莊重)한 격조가 신비로운 기분을 주위에 만들어내고 있다
본당에 햇살이 엷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속(俗)된 면포의 주름을 달고 귀족마을의 품위 있는 부인들은 들떠서
─ 아, 그리스도시여.
미식가(味食家)이며 항상 간장에 탈이 나 있는 그 부인들이
상앗빛 우아한 손가락으로 성수반(聖水盤)을 살짝 건드리는 것이었다.
20160629-20230621
랭보의 시를 읽던 그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고 적혀있다. 160여 년 전 랭보. 스무 살까지 시를 쓰고 이후 돈을 벌러 아프리카로 떠났던 랭보. 절친과 헤어질 때, 자네는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것 같구먼 나는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시를 왜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네, 편지를 썼다는데. 변해가는 이 마음으로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여기 햇살 들이치는 유리창, 높디높은 천장이 있다. 그리스도의 시선에 맞추어 정렬하려는 어떤 시선 너머, 진풍경을 함께 바라봐줄 랭보, 랭보를 상상. <오>
20170115-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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