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는 “서울 과낙구 실님이동”으로 택배를 보내는 ‘어무니’ 같은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밭에 일하러 갈 적에도 마을회관에 놀러 갈 적에도 문을 걸지 않는 어머니들이 문을 잠그고 계실 때가 있어요. 그런 때는 대체로 김치 하나 꺼내놓고 밥을 물에 말아 혼자 넘기실 때인데요. 굳이, 묻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답이 우리에게는 있죠. “핫따, 왜 글기는 왜 글겄어. 누가 보먼 자식새끼 숭(흉)이라도 볼까 봐서 그라제.” 우리 오늘은 뭣이든 못 줘서 안달이신 분께 안부 전화라도 한 통씩 넣기로 해요. |
시인 박성우 |
비유의 묘미가 가득한 저런 시를 음미하노라면 내 삶 속에도 감동의 잔물결이 일렁인다. 시 뿐인가. 삶이 노래가 되어야 한다 고 주장하는 이들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둘러보아 세상 어디에도 은유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다 싶은 건, 이러한 감동과 연결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머니의 삶이 아들의 비유의 노래로 말미암아 시로 반짝이는 순간, 온전해진 꿈을 본다. 꿈 밖에서 꿈속에서 나의 꿈의 동일성도 맞대어 본다. 참으로 할 말이 많아 말로 다 하기 힘든 이야기 중 하나, 참으로 말로 다 하기 힘들었기에 아직도 남아 있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중 하나, 그것은 어머니 이야기. 참 만나기 힘들어 일직선상에서 또 따로 경험하여야 할 숙명을 지녔음에도, 기적처럼 하나의 정점에서 마주치기도 했을 숙명적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의 한 가운데서 화자와 독자의 만남은 필수적 전제 조건일 것이다. 어쨌든, 화자의 훈훈한 서사에 가문 서정을 기대어 따가운 기침을 달랜다. <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를 드 푸코<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0) | 2017.01.24 |
---|---|
이성복<그날> (0) | 2016.12.27 |
윤동주<병원> (0) | 2016.11.10 |
김경주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0) | 2016.11.08 |
박준 <문병> (0) | 2016.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