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스트루멘탈을 검색한다. 그림을 여러 번 다시본다. 아침도 먹지 않고. 낙엽도 쓸지않고. 수영장에도 가지 않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멍 때리지도 않고.
2
저녁 해변을 본다. 사물들이 꼼틀댄다. 폭발음처럼 들리던 파도소리 대신 잔잔한 리듬이 닿고. 저녁 해변은 시계 없이도 시간이 가늠될 것 같다. 노을과 바닷새들과 둥글게 아니 수평으로 물결치는 파도, 낮게 날갯짓하는 새들이 걸어다니는 새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새들이 어린애들로 보이기도 하고 흑백 사물들이 오히려 다채롭게 말을 거는 듯 하고,
3
하고많은 풍경 중 나는 왜 저 해변 풍경에 눈길이 멈추었을까. 저 풍경속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이며 누구일까.
4
단막극처럼 펼쳐지는 저녁 해변의 사물들, 시야 속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는 본체들. 원근을 조정하며 사유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사진가. 그 활동을 관찰하는 또 하나의,
5
행인이 지나간다. 또 하나의 행인이 지나간다.
행인의 카메라에 앉았던 누군가 돌연 풍경으로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