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미송 2018. 3. 25. 16:32




“5년째 나홀로 히말라야에서 ‘인생 황금기’ 걷고 있죠”


“히말라야를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처음엔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복잡한 생각도 떠오르지만 걷는 동안 모두 사라져요. 좋은 풍경을 만나면 감탄하고,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생각이 아주 단순해지죠.”


잘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둔 뒤 5년째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고영분(40·필명 거칠부)씨가 2016~17년 224일간의 히말라야 트레킹 체험기를 책으로 펴냈다. 네팔 히말라야 2165㎞를 횡단종주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북토크쇼에서 소개한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궁리 펴냄)에는 고씨가 가이드와 포터 등 네팔 현지 남성 1~10명을 데리고 해발 3000m가 넘는 황량한 땅에서 캠핑을 하며 겪은 수많은 일화와 알토란 같은 트레킹 정보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고씨를 지난 12일 고양시의 한 서점에서 만났다.


한국인 첫 ‘네팔 히말라야’ 횡단종주
2016~17년 224일간 2165㎞ 트레킹
체험기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펴내

고졸 뒤 대기업 들어가 17년간 근무
우연히 본 사진 끌려 무작정 네팔로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느리게”


고씨는 “17년 동안 직장 다니며 모은 돈으로 5년째 놀러 다니고 있는 트레커”라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있으니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히말라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부터다. 무급휴직으로 일을 쉬고 있던 그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무작정 네팔 무스탕과 티베트 카일라스 지역으로 떠났다. 그는 이듬해 다시 30일간 네팔 쿰부와 랑탕 지역을 걸으면서 히말라야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16년엔 아예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에 나서 65일간 네팔 중부인 돌포, 가네시히말, 마나슬루, 안나푸르나까지 히말라야의 3분의 1을 걸었다. 이어 다울라기리까지 90일간 히말라야를 누빈 뒤 돌아왔다. 내친김에 2017년 칸첸중가, 마칼루, 솔루쿰부, 롤왈링, 헬람부 등 네팔 동부와 돌포, 무구, 훔라 등 서부지역까지 나머지 3분의 2 구간을 완주했다. 그가 걸은 총거리 2165㎞는 330만 걸음에 해당했다.


그는 대부분(88%) 일반 트레킹 코스가 아닌 고도 3000~5000m의 높은 길(하이루트)을 캠핑하며 걸었고, 일부 위험 구간만 2000~3000m의 비교적 낮은 길(컬처루트)을 이용했다. 2011~12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에 성공한 독일인 주자네 슈타인이 168일간 걸었던 코스와 비슷하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은 부탄에서 네팔·티베트·인도·파키스탄까지 총 4500㎞에 이르는 거대 구간이다. 이 가운데 핵심인 네팔 히말라야는 하이루트로 1700㎞, 컬처루트로 1500㎞다.


“컬처루트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지만 수많은 고개와 강을 넘는 여정이라 결코 쉽지는 않지요. 대신 네팔의 아름다운 숲, 다양한 동식물, 다랑논과 밭, 목초지 등을 두루 볼 수 있어요. 캠핑을 하려면 스태프가 많이 필요하지만 컬처루트는 로지(숙소) 이용이 가능하므로 혼자서도 걸을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죠.”


그는 차곡차곡 모은 적금통장을 깨 2년간 트레킹 비용으로만 4500만원을 썼다. “비용 때문에 고민했지만 내 인생에 이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저질렀죠. 이왕 할 거면 세계 최고봉이 늘어선 히말라야 트레킹이 더 근사해 보였고, 네팔 사람들도 친숙해 망설임없이 선택했지요.”


고씨는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네팔 서부 무스탕과 돌포를 꼽았다. “동쪽에 비해 설산의 웅장함은 덜하지만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황량한 아름다움이 있죠.”


물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스태프들을 구하지 못해 며칠씩 숙소에서 대기해야 했고, 쥐벼룩과 파리떼 때문에 곤욕을 치렀는가 하면, 해발 6천m 고개를 넘다가 칼바람을 만나 철수하기도 했다. 2014년엔 안나푸르나 눈사태로 앞서가던 미국팀이 전원 숨졌고, 이듬해에는 눈앞에서 대지진을 만나 며칠 동안 고립됐다가 겨우 탈출하기도 했다. 몸을 씻을 물이 없어 마른 티슈에 물을 묻혀 대충 씻고 머리카락은 아예 삭발을 했다.


그가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 졸업 뒤 대기업에 입사한 스무살 때부터다. 친구 따라 피시통신의 등산동호회에 가입한 그는 5년간 매주 산을 오르며 경험을 쌓았다. 그때부터 ‘거칠부’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25살부터는 주말마다 침낭과 텐트를 담은 키만한 배낭을 메고 홀로 지리산 자락을 샅샅이 누볐다. “금요일 아침 배낭을 꾸려 출근해 퇴근 뒤 기차를 타고 구례나 진주로 내려가 3년간 지리산을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녔어요.” 30대 초반에 그는 나 홀로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다. 10박11일간 지리산~덕유산을 주파하는 등 5개월 남짓 동안 야영하면서 종주했다. “지도를 보며 산행 계획을 짜고 차편을 확인하며 준비하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고씨는 자신만의 트레킹 비결도 귀띔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걷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히말라야에 익숙해져야 그다음이 쉽게 풀립니다. 또 상황에 맞게 새 루트를 찾는 창의적 걷기가 좋아요.”


오는 23일 그는 85일 일정으로 다시 히말라야로 떠난다. 5천m가 넘는 안나푸르나 3패스와 지난해 우회했던 마칼루 하이패스를 걸을 작정이다.


출처 한겨레 2018-03-18


------------------------------------------------------------------------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6km를 15시간 동안 트래킹(걷기가 아니라 등반이라 해야 하나)해 보았다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고씨의 기사를 알게 되었다.  

 남한종주에 대해 목포 유달산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아는 게 없고 남한종주 700Km에 대한 거리감각도 없고, 종주를 실행한 자들이 동경스러울 뿐이었다. 15시간 걸린 지리산 종주를 7시간에 성취한 사람도 있다 말하던 친구, 도전의식은 늘 새로운 목표를 정하는 듯 싶고. 초보자의 고통의 단계를 거쳐 주기적으로 산을 오르는 프로의 이유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한다. 부러워만 하면 지는 일. 살구꽃 피는 동네 언덕이라도 주기적으로 올라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