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분방(奔放)한 것 3

미송 2018. 9. 7. 12:42




분방(奔放)한 것 3


 


바다

 

화엄경에 선재동자가 여행 중 세 번째로 만난 해운(海雲) 비구 이야기가 나온다

해운은 12년간 바닷가에 살며 아름다운 바다에 사는 부처님에게 설법을 들었다고 하는데, 직접 읽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종일 앓던 어느 날 저녁, 그래도 기운을 차려봐야지 하며 키보드를 무릎에 놓고 한 문장을 타이핑하였다

 

"생각건대 바다 그 자체가 바다를 보고 바다를 생각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스스로의 진실을


열어 보여준다."

 

바닷가에 살며 바다 부처의 설법을 12년간 들었던 해운비구의 운문(韻文)이었을까.

 

 

태양

 

비타민D를 얻기 위해 양지에 앉는다. 양지에 앉아 젊은 날을 떠올리곤 한다. 정오의 태양을 어린애처럼 맞고 서 있다가 따가움에 시달렸던 30년 전 일이

겨우 하루 정도 지난 느낌이다.

 

태양과 비타민D와 조르주바타이유. 태양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태양이 사라지면 우주의 모나드들이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비타민D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생각하였다.

 

      


꽃집근처


이니셜 K와 헷갈렸다.

네루다 시집을 품고 다닌 체게바라와 네루다를 착각하였다.

 

어제는 꽃집에 들러 이니셜 옆에 앉았다. 말이 없었다. 야단도 치지 않았다. 고유의 자리가 아니라서 그랬을까.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끝까지 부를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해 보이는 창문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소녀처럼 책 속 온갖 묘사들을 동경하였다. 순간, 작가는 명민한 독자라면 그런 곳은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

말했다. 속상하지 않았다. 농담이 현실이 되는 경우라고 생각하였다.

 

슬픔이 많은 사람들은 시든 꽃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버릇이 있다. 꽃이 되었다가 총잡이가 되었다가, 공항 한가운데서 시간만 묻는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것, 무덤 같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동일한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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