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방(奔放)한 것
재즈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당기는 힘. 몸을 이완시켜 쉼을 얻게 하는 힘. 쉽게 털고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힘. 재즈의 힘이다. 언젠가 들었던 음(音)같으나 들을 때마다 색다른 음(音). 재즈의 매력은 이보다 더 많다.
귓전에 닿는 재즈 연주가 행운처럼 느껴질 때면 지루한 기다림조차 놀이가 된다. 오지 않을 그 무엇이 무엇이든 무관하게.
시어들
나무들 곁에서 잠들었다. 밤하늘 달과 별이 낯설지 않았다. 머리가 식혀진 때문이었을까, 고요를 틈타 시어들이 놀다가곤 하였다. 제목을 붙여놓고 시를 편지처럼 읽는 고요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소음에 잠식되어 버리고 마는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밤새운 밀어들 실험에서 그쳤음을 인정하는 순간 황급히 달아나던 그,
소설자판기
프랑스의 소도시 그르노블에서 글쓰기 플랫폼을 운영하던 쇼트 에디션이라는 출판사는 2015년 단편소설 자판기를 만들어 내었다. 장난처럼 농담처럼 던진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도 하는 나라. 과히 블란서다운 일.
기차역 대합실에 희한한 기계가 놓여 있다. 버튼을 누르면 문학작품이 나온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쉽게 단정짓지 않기로 해. 만져봐. 모니터 속 하얀 바다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어느 해 가을 날개 접힌 천사의 겨드랑이에서 쏟아져 나오던 당신을 보았다. 순간, 당신이 시간대별로 인쇄되어 읽혀질 거란 상상을 하였다. 곳곳에서 송출되리란 상상을.
달리는 열차의 꽁무니를 붙쫓던 소녀의 주름살은 부서진 풍차날개.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소설자판기 버튼을 누르는 우리는 꾸준히 서툰 어깨동무.
오래된 이승
자동차에 앉아 맥도날드 햄버거를 주문한다. 눈깜짝할 새 20대 아르바이트생이 ‘햄버거 나오셨어요’ 외친다. 우적우적 햄버거를 씹다가 한자성어가 떠올라 그녀의 문장을 정정한다. ‘햄버거 나왔어요 손님, 맛있게 드세요.’
인스턴트에 노출된 사람들. 말투 하나에도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 고민없이 힐책하는 사람들. 변명할 길 없다. 끈적끈적 늘어지는 개똥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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