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기쁨

러브레터

미송 2022. 9. 17. 11:10

 

유럽을 뒤흔든 나폴레옹, 또한 그를 흔들어 놓았던 6살 연상의 과부 - 나폴레옹의 러브레터

 

 1795년 파리

나는 당신 생각에 가득 차 깨어납니다. 당신의 모습과 지난밤 넋을 잃을 정도의 황홀함이 내 감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달콤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조세핀, 당신은 내 가슴에 어떤 신비로운 일을 한 건가요? 당신은 화가 났습니까? 제가 당신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가요? 당신은 무언가 걱정하고 있나요? 내 영혼은 슬픔으로 고통스럽고, 당신을 향한 사랑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나를 압도해버리는 깊은 감정에 굴복하면서, 당신의 입술로부터,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불같이 나를 태워버릴 사랑을 끄집어 낼 때, 어떻게 내가 더 쉴 수 있단 말입니까

! 지난 밤 나는 초상화 속 당신의 모습이 내게 얼마나 잘못된 인상을 남겼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정오에 떠날 예정이지요. 세 시간 후에 당신을 보겠네요. 그 때까지 내 달콤한 사랑, 천 번의 키스를 보냅니다. 하지만 내게는 키스를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그것은 내 피에 불을 지피니까요.

1797년 봄

시살파인 공화국 북 이탈리아 조세핀에게.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반대로 당신을 혐오하오. 당신은 비열하고, 정말 심술궂고, 어리석은 신데렐라입니다. 당신은 내게 절대로 편지를 쓰지 않소,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은 편지가 남편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짬을 내서 짧은 편지도 쓰지 않소! 그러면 마담, 하루 종일 도대체 뭘 하는 거요? 헌신적인 연인에게 편지를 쓸 시간을 빼앗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떤 애정이 이 사랑을 질식시키게 만들고, 당신이 약속했던 부드럽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따돌리고 있소? 당신의 매 순간을 빼앗고, 당신의 날들을 지배하고, 당신의 남편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멋진 새 연인이 누구란 말이오?

조심하시오 조세핀, 어느 아름다운 밤, 문이 부서져 열리면, 그곳에 내가 서 있을 테니. 나는 진실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 사랑. 당신에게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어요. 내게 빨리 내 마음을 감성과 기쁨으로 채울 네 페이지의 편지를 보내주시오. 되도록 빨리 당신을 내 팔에 안고 싶소. 그리고 적도의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백 만 번의 키스를 퍼붓고 싶습니다.

 

나폴레옹 드 보나파르트(1769-1821)은 프랑스혁명을 통해 자신을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독일 제국의 황제, 나폴레옹 1세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군사지휘관으로 간주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유럽의 권력에 대항한 승부사적인 그의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군사학교의 교본으로 남아 있다. 그의 전술은 때로는 시민과 죄수, 심지어 아군의 부상자를 죽일 정도로 잔인하다. 그는 또한 나폴레오닉 코드를 만들어서 프랑스 법조 체계의 기반을 만들었고,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이집트의 로제타석 탐험을 주도하는 원정대를 이끌었다.

나폴레옹은 첫 번째 승전이후 179510월 파리에서, 조세핀 드 보아느레를 만났다. 그녀는 낭비벽이 심한 과부였고 그보다 6살이나 위였다. 그들은 다음해 3월에 이태리에 진군하기 며칠 전 결혼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조세핀은 젊은 기병대 장교와 외도를 했고 이것은 나폴레옹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다음 해에는 나폴레옹도 외도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1804년 그들은 황제와 황녀로 왕관을 썼지만 조세핀은 후손을 낳을 수 없었기에 1810년 이혼을 하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18세의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루이지와 결혼해서 차후 나폴레옹 2세가 된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남은 여생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비록 마리 루이지는 그의 패배에 따른 망명길을 따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나폴레옹의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았다프랑스, 군대, 군대의 선두에는조세핀.”

 

유럽을 뒤흔든 장군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였나 봅니다. 나폴레옹은 75,000통에 달하는 많은 편지를 썼는데 그 중의 상당부분은 아내인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라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여자 앞에는 지나치게 수줍어했는데, 과부였던 조세핀에게 열렬한 애정의 공세를 펼친 것은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던 그녀를 방패막으로 삼으려고 했던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첫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조세핀의 어떤 것에 강렬하게 끌렸던 나폴레옹은 전쟁에 있을 동안 그녀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에 안절부절 못했지요.

편지를 번역하다 보니, 무심한 아내에게 답장을 갈구하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애처롭게까지 느껴집니다. 정말 예고 없이 한 밤중에 집으로 쳐들어가 확인이라도 할 기세네요. 비록 후계자를 낳기 위해서 이혼을 했지만 조세핀은 그 사실에 의연했습니다. 나폴레옹이 귀양을 갈 때 조세핀과 함께 하려 했지만, 그녀는 직전에 숨을 거둔 뒤였지요. 애증이 극과 극으로 교차하는 사랑을, 나폴레옹이 풀어내는 수단이 바로, 편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모울턴 바렛에게

1845
서레이, 영국

 

친애하는 미스 바렛, 진심으로 당신의 시를 사랑합니다. 이건 아무렇게나 하는 칭찬 편지가 아닙니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의 천부적인 재능은 즉각적이고 당연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결론을 맺을 수 있습니다. 지난 주, 내가 처음으로 당신의 시를 읽은 이후로, 당신의 시가 끼친 영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이렇게도 저렇게도 계속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 웃음이 납니다. 기쁨에 넘쳤던 초기에는, 내가 정말로 즐기고 있을 때 순전히 수동적으로 즐기는 버릇을 버리고 이걸 한 번 해 볼 거라고 생각했고, 당신의 시에 대한 나의 동경을 완전히 정당화 시켜버렸습니다.

어쩌면 심지어, 충실한 동료 장인으로서 결점을 찾아 봐야 하는데, 결국 그래봤자 당신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만큼 결점이 작겠지요. 당신의 시에서 부터는 전혀 결점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당신의 시는 나의 내부로 들어가 사라져 버리고, 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위대한, 살아있는 시는 단지 꽃 한 송이가 아니라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생명입니다. 꽃이 말려지기 위해 누워 있다가, 평평하게 눌려져서, 값이 높게 매겨져 책 안에 적절한 설명과 함께 넣어지고, 덮인 뒤에 사라지는 것과는 얼마나 다른 건지요. 물론 그 책은 식물도감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결국에는 나는 조만간 그것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지요. 왜냐 하면 지금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당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내 신뢰에 대한 이유를 이런 저런 것들로 말할 수 있어요. 탁월하고, 신선하며 낯선 음율, 풍부한 언어, 절묘한 비애감, 진실하고 신선하고 과감한 사고등 이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당신, 당신 자신에게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감성이 다 함께 피어나는 군요.

내가 말한 대로 당신의 책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 역시 사랑합니다. 내가 한번 당신을 봤다는 걸 아나요? 케년씨가 어느 날 아침에 말했지요.

미스 바렛을 만나고 싶나요?”

다음에 그는 나를 소개하러 갔고 다시 돌아왔지요. 당신은 굉장히 몸이 좋지 않았어요. 수년전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나는 여행길에 아주 곤란한 여정에 이른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치 내가 성당의 지하에서 세계의 불가사의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간 것처럼 말입니다. 칸막이만 밀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 그래서 지금은 작게 보이는, 들어가기에 딱 맞는 빗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쯤 열려진 문이 닫혔고 나는 수천마일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요. 그곳은 영원히 찾을 수 없지요.

, 이 시들은 내가 느끼기에 진정으로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즐거움이자 만족이었습니다

 

번역 후기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라.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이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그것은 인생이 너무도 짧기 때문이다.

 

- 로버트 브라우닝


어쩌면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바렛의 러브스토리는 문학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게 아닐까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낙마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평생을 쇼파에서 보내야만 했고, 그녀가 출판한 시집에 감동을 받은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은 이 편지를 보냅니다. 앞으로 전개될 고난과 사랑의 행로를 그 때엔 짐작도 하지 못했겠지요. 권위적인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이태리로 도망을 가서 비밀스럽게 결혼을 하지요. 물론 아버지는 결혼을 승낙하지 않고 손자가 태어나도 재산을 전혀 물려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네 번의 유산 끝에 아들을 낳았고 이름을 이라고 지을 정도로 문학을 사랑하는 부부였던 것 같습니다.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의 모든 것 - 불구의 연상 여자, 연하남자, 결혼반대, 아내의 죽음 등등- 이 담긴 그들의 인생이 이 편지 한 장으로 시작되었으니 과연 러브레터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과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도 사람들은 러브레터를 쓰겠지요? (저는 비밀입니다) 그게 이메일이든, 문자든, 과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이런 편지에도 엘리자베스는 그의 구애를 거절하다 결국 사랑을 받아드리게 되었으니까요. 그것도 서른 아홉에 말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창작력을 폭발하게 만든 여인- 프란츠리스트의 러브레터

 

마리 다구 백작부인에게

1834 7
파리.

내 마음은 환희로 넘쳐납니다! 나는 이 천상의 나른함이 무엇인지, 어떤 끝없는 즐거움이 퍼져나가고 나를 태워버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마치 내가 한 번도 사랑해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게 한 번 말해 봐요. 어디서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혼란이 생겼는지, 어디서 이런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의 느낌과 신성한 사랑의 전율이 생겼는지를 말이에요. 이런 모든 것은 오직 당신, 자매이자 천사이자 한 여자인 마리 당신에게서만 비롯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의 불같은 영혼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광선, 혹은 당신이 내 품에서 떠난 이후로 오랫동안 갖고 있던 비밀스럽고도 가슴 아픈 눈물방울과 다름없을 겁니다.

하느님, 절대로 우리가 이별하게 만들지 마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내 나약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어떻게 당신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우리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실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우리의 육체와 영혼이 소생하고,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울부짖는 당신의 말씀을 통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하느님당신의 손을 우리에게 뻗어주십시오. 우리의 조각난 심장이 당신의 품에서 쉴 수 있게 말입니다. , 하느님 감사하고, 축복하고 찬양합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그리고 당신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주신 모든 것을 감사드립니다.
이게 당연한 거지요, 당연히!

마리! 마리!
, 이름을 백번, 천 번이라도 당신의 이름을 되풀이하게 해주세요. 3일 동안, 당신의 이름은 내 안에 살아 있으면서, 나를 억눌렀고,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당신 바로 옆에 가까이 있는 겁니다. 당신을 보고, 듣고 있어요. 영원히 당신의 품에 안겨.. 천국, 지옥, 모든 것이 당신 안에 있으면서 배가 되는 군요. ! 내가 허튼소리를 지껄이도록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단조롭고 따분한, 꽉 조인 현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해요, 열렬히 사랑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말입니다!

 

번역후기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과 파가니니를 친구로 사귀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고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을 잇는 절묘한 타이밍에 활동을 했습니다. (귀가 거의 먹은 말년의 베토벤도 만났답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대로 피아노에 시연해 보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라네요. 그가 마리 다고를 만났을 때에는 스물 두 살이었고, 그녀는 스물 여덟 이었습니다. 리스트가 그녀를 만난 후 창작력은 폭발하게 됩니다.

그녀는 다니엘 스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작가이도 합니다. 마리가 이혼을 한 뒤 둘은 함께 살게 되고, 세 명의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결혼은 하지 않습니다. 둘 다 독립된 생활을 존중하는 예술가였고, 광범위하게 순회연주를 다녀야 한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연주여행에서 자인 비트겐슈타인이라는 공작부인을 만나게 되고 이 때문에 마고와의 관계는 청산됩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로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말년에는 많은 종교음악도 작곡하게 되었지요. 편지에서 하느님에게 둘의 사랑을 지켜달라는 기도는 애절하기 그지없군요. 어쩌면 작가이기도 했던 마리 때문에 그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지난번에 러브레터로 소개했던 빅토르 위고와 앞으로 소개해드릴 바이런의 작품도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런 문학적 소양이 그의 작곡에 영향을 준 것도 당연하구요. 어쩌면 예술가는 사랑을 통해 상대방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기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그 사실을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빠져들지만 말입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베토벤에게 연인이 있었다? - 베토벤의 러브레터

 

불멸의 연인에게

1812
보헤미아, 테플릿츠
76일 아침.

나의 천사, 나의 모든 것(my angel, my everything ), 나의 분신이여. 오늘은 당신의 연필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내일이 되기 전까지는 숙소가 확실히 정해질 것 같지만, 이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인지 모르겠습니다. 숙명적이긴 하지만 왜 이런 깊은 슬픔이 터져 나올까요. 우리의 사랑은 희생하지 않고서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서는, 지속할 수 없는 것일까요? 당신이 전적으로 내 것이 아니고, 나 또한 당신의 것이 아닌 상태를 바꿀 수가 있나요? 오 맙소사,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당신의 마음을 진정시켜 보세요, 꼭 그래야만 합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나에게 당신과 함께하는 것이고, 당신에게는 나와 함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내가 나와 당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당신은 아주 쉽게 잊어버립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면 당신은 내가 느낀 작은 고통까지 느낄 수 있겠지요. 내 여정은 끔찍했거든요. 이곳에 어제 새벽 4시쯤에야 도착할 수 있었지요. 말의 수가 부족했던 우편 합승 마차는 평소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굉장히 끔찍했어요. 종착지 전 역에서, 밤에는 이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데다 숲도 두려웠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나를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내가 틀렸어요. 합승마차는 바닥이 없는 진흙길, 형편없는 길에서 부셔져야 했지요. 함께 간 좌마 기수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 길에 꼼짝 못하고 있었어야 했을 겁니다. 이곳의 보통 길을 여행하는 에스테르하지는 8두 마차를 타고 오다가 똑같은 처지를 당했습니다. 나는 4두 마차를 탔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을 빠져 나오는데 기쁨을 느꼈어요.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때 항상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외부적인 일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화제를 전환해 보지요. 우리는 분명히 서로 만날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최근 며칠간 내 삶을 자극해 왔던 몇몇 생각을 당신과 함께 공유할 수 없군요. 만약 우리의 마음이 항상 가까이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않았겠지요. 내 마음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로 가득 차 있어요. ! 말이라는 게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힘을 내야겠습니다. 나의 진정한 하나뿐인 보배, 내가 당신의 것인 것처럼 나의 모든 것이 되어 주세요. 신이 그 나머지 것들을 우리에게 반드시 보낼 겁니다. 우리를 위해, 반드시 그럴 거예요.

당신의 충실한 루트비히.

 

 

76일 월요일 저녁

나의 소중한 존재여,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군요. 지금에서야 나는 편지를 반드시 월요일에서 목요일 아침 일찍 부쳐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곳에서 칼스바트까지 편지를 배달하는 마차가 오는 날이 그날이니까요. 당신은 고통을 겪고 있겠죠. , 내가 어디에 있든 당신은 그곳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기 위해 준비를 할 겁니다. 당신이 없는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인간의 선함을 이리저리 쫓아다니곤 있지만, 내가 그걸 받을 자격이 있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타인을 향한 인간애는 나에게 고통을 주고, 내가 우주와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엔 나는 무엇이고, 또 소위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사람은 무엇인지 고뇌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인간에는 신성이 있겠지요. 나는 당신이 토요일까지 첫 번째 편지를 받지 못할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나에게서 숨어버리지 말아요잘자요. 목욕을 한 뒤에 잠이 들어야겠습니다. , 맙소사 아주 가까이 있는데, 이토록 멀다니! 우리의 사랑이 진실로, 천상의 구조물이 아닌가요? 창공처럼 견고한 구조물 말입니다.

하느님 맙소사, 왜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비엔나에서의 나의 삶은 지금도 비참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순식간에 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남자로 만들어 주네요. 내 나이가 되면 안정적이고 조용한 삶이 필요한데, 우리의 관계 안에서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내 천사, 나는 우편마차가 매일 지나간다는 말을 방금 들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편지를 그만 쓰고 당신이 빨리 편지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진정해요, 우리 존재에 대한 차분한 생각만이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합니다. 진정해요, 나를 사랑해 줘요. 오늘, 그리고 어제... 눈물을 흘리며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은 내 삶이고 내 전부입니다. 안녕. , 나를 계속 사랑해주세요. 절대로 당신이 사랑하는 충복한 이 마음을 잘못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영원히 당신의
영원히 나의
영원히 우리의...

 

루트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은 독일 출신으로, 숭고함을 훨씬 넘어서는 인기를 누려 그의 생애에 진정한 대중의 인물이 된 첫 번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다. 천천히 귀가 머는 동안에도 그는 연주활동과 걸작 작곡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변환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의 천재성은 차후 음악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서진의 번역후기

가장 유명한 연애편지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바로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 (Immortal love)에게 보낸 연애편지일 겁니다. 이 편지는 베토벤의 사후에 발견되었고 편지를 부칠 것 같은 내용인데 보내지 못했거나, 반송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받는 사람이 뚜렷이 적혀 있지 않아서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후세 사람들은 궁금해 했지요. 참고로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그의 제자와 약혼을 했지만 그녀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바람에 염원은 이루지 못했지요.

역사가들은 이 편지가 베토벤과 연인이었던, 혹은 연인이라고 추측되는 몇몇 사람으로 압축하고 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지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베토벤이 당시 상당한 기간 이 연인과 강렬한 연애에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역사가들이 불멸의 연인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두 여인으로 압축됩니다.

1. 요세피네 브룬스빅 (1779-1821)
1799년에 그녀와 언니는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베토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배우기 위해 만나 서신을 왕래하게 됩니다. 편지를 통해서 베토벤이 1804년과 1807년 사이에 그녀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1810년에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해 1813년 이혼에 이르게 되고 미노나라는 딸을 낳게 됩니다. 그 딸이 베토벤의 자식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것은 당시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요세피네가 흘린 이야기일 거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요세피네의 편지라고 추측되는 몇 가지 이유는 편지 속의 구절에 있습니다.

먼저 “My angel, My everything"이나 충실한(faithful)이라는 표현은 베토벤이 요시피네에게 쓴 편지에도 자주 발견되고 있고,

신의 연필을 썼다고 하는데, 당시에 요세피네는 연필로 일기를 적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고통을 겪고 있네요

라는 부분에서 당시 요세피네가 부부사이가 나쁘고 경제적인 파탄의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나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피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부분은 혹시 베토벤이 1807년 그녀를 방문했을 때 그녀가 집에 있지 않았던 것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닌가 미루어볼 수도 있습니다.

2. 안토니 브렌타노 (1780-1869)
은행가였던 안토니의 남편은 가족이 비엔나에 잠시 머물렀을 때 베토벤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녀는 남편과 프랑크푸르트로 이사를 가지만 아픈 아버지 때문에 다시 비엔나로 돌아오고 그 때 베토벤과 친분을 맺게 됩니다. 안토니가 불멸의 연인의 후보가 된 것은 편지에서 언급되는 지역에 안토니가 지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황상 요세피네가 이 편지의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 이외에도 여러 여인이 후보가 되고 있어서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으로 나오는 영화 <불멸의 연인>은 베토벤의 친구가 이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서는 흥미진진한 내용이지요. 베토벤은 음악에 있어서는 천재였지만, 개인적 삶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유명세를 떨치기 전에 결혼할 뻔 했던 줄리아(Gountess Giulietta Guiccardi, 월광소나타가 그녀에게 헌정되었습니다)그녀의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이 성사되지 못했고, 나중에 만난 여인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베토벤과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을 보는 베토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게다가 점점 사라지는 청각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그에게 말입니다. 이런 고통들이 그가 명작을 남길 수 있는 힘을 주었다면, 과연 천재 예술가가 되는 것이 좋은지, 평범하지만 행복한 남자가 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집니다.

 

20110925-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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