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자유로운 결합

미송 2022. 5. 5. 11:09

 

 

 

자유로운 결합 / 앙드레 브르통

 

 

나의 아내에게는 불타오르는 수풀의 머리칼이

백열하는 번개의 생각이

모래시계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호랑이 이빨 사이의 수달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최고등성 별의 화환과 꽃 매듭의 입이

하얀 흙 위에 하얀 쥐가 남긴 흔적의 치아가

연마한 호박과 유리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칼에 찔린 제물의 혀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인형의 혀가

믿을 수 없는 보석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어린애 글씨의 획의 속눈썹이

제비 둥지 가장자리의 눈썹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온실 지붕 슬레이트와

유리창에 어린 김의 관자놀이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샴페인과

얼음 아래 돌고래 머리를 가진 생물의 어깨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성냥개비 손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우연과 하아트 에이스의 손가락이

썰어 놓은 건초의 손가락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담비와 너도밤나무의

세계 요한 축제일의 밤의

쥐똥나무와 조개 둥지의 겨드랑이가 있고

바다와 수문의 거품의

그리고 밀과 방아의 섞임의 팔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폭죽의 다리가 있고

시계와 절망의 움직임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딱총 나무의 목수의 종아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머리글자들의 발이 있고

열쇠 꾸러미의 발이 있고 술 마시는 배의 널빤지 틈막이 일꾼의 발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아직 패이지 않은 보리알의 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황금 골짜기의

격류의 하상 바로 그곳에서의 만남의 가슴이 있고

한밤중의 유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바다 두더지의 흙두럭의 가슴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루비 도가니의 유방이

이슬 맺힌 장미의 스펙트럼의 유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날들의 부채의 퍼짐의 배가 있고

거대한 발톱의 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수직으로 내닫는 새의 등이 있고

수은의 등이 있고

빛의 등이 있고

잘 다듬어진 돌과 젖은 백묵의

이제금 마셔버린 유리잔의 떨어짐의 목덜미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작은 곤돌라의 엉덩이가 있고

샹들리어와 화살 깃의

느껴지지 않는 균형의

하얀 공작의 우축의 엉덩이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사암과 석면의 볼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백조의 등의 볼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봄의 볼기가 있고

글라디올라스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금광상과 오리너구리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해조류의 오래된 봉봉 과자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거울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눈물로 가득한 눈이 있고

보랏빛 갑옷과 자석침의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사바나 대초원의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감옥에서 마실 물의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언제나 도끼날 아래에 있는 숲의 눈이 있고

물의 수준의 공기의 땅의 그리고 불의 수준의 눈이 있다

 

20090830

 

 

 

자유로운 결합 / 오정자

 


내 남자에게는 블랙러시안 위스키 언더 락 비틀비틀
미니스커트 치켜 올린 허벅지가 있다
두터운 커튼 낙엽의 거리
아무데서나 목 졸리고 싶은 모가지가 있다
내 남자에게는 거미줄에 걸린 꽃잎
폐와 심장 물어뜯던 숨결이 있다
내 남자에게는 벗긴 안개 매듭을 푼 유방
찬비를 쓰다듬던 손길이 있다
내 남자에게는 새벽 點滅燈
외로운 추억이 있다
내 남자에게는 莊子의 나비가 있다
내 남자에게는 애무에 멍든 숨결 들이 마시던
소주의 첫 맛이 있다
내 남자에게는 사납고 황홀한 마침표
유방에 묻힌 한 점 화려한 마침표가 있다
내 남자에게는 가랑가랑 애처로운 비의 허리와
휘청대며 안기던 가을이 있고
노랑저고리 벗겨 풍만한 9월이 있다
붉은 치마 농염한 10월의 둔부 정열의 샘이 있다
내 남자에게는 칠성판에 눕혀버린 點들이 있고
내 남자에게는 알몸의 회색 하늘
비 내리던 날 거룩한 棺 하나가 있다
내 남자에게는 밤새 언어를 훔쳐가는 도둑년이 있고
내 남자에게는 레인맨의 다리가 있고
깊디깊은 구멍이 있고 바다와의 사투로 부러진 이빨이 있고
삭발한 머리 기생하는 벌레가 있고
차가운 불꽃 가로지르는 눈빛이 있다
역류의 피 잠재우는 총구가 있다.

 

*앙드레 브르통 자유로운 결합 패러디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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