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두고 갔으나 버리지 않았던
버리지 않았으나 버린 것 같았던
뭉크의 그림들
뭉크가 부활한 곳은
보는 자의 망막 속이었을까
죽은 것 같으나 죽지 않은
산 것 같으나 산 것도 아닌
존재로서의 뭉크
그러니까 그날 저녁 뭉크는 마이크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말했어 쟤네들
그냥 강가에 내버려둬 햇볕 아래서 재활 좀 하게
그 말에 뿅 가 나머지 말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부활
제 분신 아낌없이 버리던 뭉크를 돌다 보면
고래 뱃속에서 살아나온 요나가 된 기분이었지
20160621-20220129
하늘이 랙에 걸리자 상황이 애매해졌다
음악을 끌까 하다가 컴퓨터를 껐다
음악은 어디로 사라진거니
광풍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이니셜에선 사과향이 났나
가끔 안팎이 없어진 상황이면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이나 플라톤의 우상이
화가 베이컨이 17세기 사람인지 20세기 사람인지 헷갈렸다
컨트롤c와 컨트롤 V를 누르며 김밥을 먹을 때면
달팽이 한 마리 점액을 남기며 지나가곤 하였다.
20190225-20220829
문협에서 등단을 하고서 처음으로 따라갔던 문학기행
전남 화순 김삿갓 풍류축제 참석으로 1박을 하고
이틀 째날 백양사 일정에서 였을 거다
태어나 배롱나무를 처음 본 건
손끝만 닿아도 바르르 떠는 배롱나무를
그 남자 문인은 왜 귓속말로 알려줬을까
그 이후 네티즌들과 배롱나무에 대해 주거니받거니 하던 중
문득 그 배롱나무가 떠올라 나는
다른 습관들도 물어보았다
어느 날 늙은 마부와 함께 초당 솔밭을 지날 때였다
배롱나무가 거기에도 서 있는 것 아닌가
돌연 수줍어하던 배롱나무
이 배롱이 그 배롱
하는 순간,
놓아버린 것도 놓쳐버린 것도 없다는 듯
커피입자들 중력을 벗어나고 있었다.
20171231-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