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뭉크, 그 후 外

미송 2022. 8. 29. 11:13

 

강가에 두고 갔으나 버리지 않았던

버리지 않았으나 버린 것 같았던

뭉크의 그림들

 

뭉크가 부활한 곳은

보는 자의 망막 속이었을까

 

죽은 것 같으나 죽지 않은

산 것 같으나 산 것도 아닌

존재로서의 뭉크

 

그러니까 그날 저녁 뭉크는 마이크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말했어 쟤네들

그냥 강가에 내버려둬 햇볕 아래서 재활 좀 하게

그 말에 뿅 가 나머지 말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부활

제 분신 아낌없이 버리던 뭉크를 돌다 보면

고래 뱃속에서 살아나온 요나가 된 기분이었지

 

20160621-20220129

 

 

 

하늘이 랙에 걸리자 상황이 애매해졌다

음악을 끌까 하다가 컴퓨터를 껐다

음악은 어디로 사라진거니

광풍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이니셜에선 사과향이 났나

가끔 안팎이 없어진 상황이면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이나 플라톤의 우상

화가 베이컨이 17세기 사람인지 20세기 사람인지 헷갈렸다

 

컨트롤c와 컨트롤 V를 누르며 김밥을 먹을 때면

달팽이 한 마리 점액을 남기며 지나가곤 하였다.

 

20190225-20220829

 

 

 

 

문협에서 등단을 하고서 처음으로 따라갔던 문학기행

전남 화순 김삿갓 풍류축제 참석으로 1박을 하고

이틀 째날 백양사 일정에서 였을 거다

태어나 배롱나무를 처음 본 건

 

손끝만 닿아도 바르르 떠는 배롱나무를

그 남자 문인은 왜 귓속말로 알려줬을까

 

그 이후 네티즌들과 배롱나무에 대해 주거니받거니 하던 중

문득 그 배롱나무가 떠올라 나는

다른 습관들도 물어보았다

 

어느 날 늙은 마부와 함께 초당 솔밭을 지날 때였다

배롱나무가 거기에도 서 있는 것 아닌가

돌연 수줍어하던 배롱나무

 

이 배롱이 그 배롱

하는 순간,

 

놓아버린 것도 놓쳐버린 것도 없다는 듯

커피입자들 중력을 벗어나고 있었다.

 

20171231-20220829

 

 

 

 

'채란 퇴고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쁜 글자  (1) 2022.10.14
기억파일  (1) 2022.09.23
햄버거  (0) 2022.06.01
자유로운 결합  (0) 2022.05.05
나에게는 낡은 마굿간이 하나 있다  (0) 202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