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과 목소리

[낭송] 파란 대문

미송 2009. 1. 26. 21:49

 

 

 

 


란 대문 / 신지혜 

그때, 철판같이 견고한 어둠 한 장이 내렸다
  엄마가 내게 나직이 말했다
얘야 누구든지 자기 안에 파란 대문이 있단다
네 안을 들여다보렴
나는 내 안에 얼굴을 파묻고 날 들여다본다 
 가만히 바라보니, 파란 대문 하나가 떡 버티고 있었다
흔들어보아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문이 잠겨있어요 열쇠가 없어요 
  걱정말아라 네 마음을 그 열쇠구멍에 꽂고
힘껏 비틀어보렴 그러나
나는 너무 녹슬었어요 엄마, 온통 붉은 꽃 투성인걸요
  아니란다 이 세상에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거란다
  보거라 저 공중에 네 숨결마저도
아름다운 무늬꽃을 피우고 있지
  과연 바라보니, 내 숨결의 물빛 붓꽃이 
   투명한 공기알을 잔잔히 흔들고 있었다  

 
 

 
나는 굳게 닫힌 파란 대문의 열쇠구멍에
나의 마음을 꽂고는 힘껏 비틀었다  
그러자 저편 시간의 태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 마음의 경계선이 모두 지워져버렸고
   내 생각의 안팎이 무너져버렸다
   촘촘한 두려움의 경계가 훨훨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파란 대문은 내 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2007, 낭송-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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