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의 가을 / 오정자
고전의 우체통 닮은 자전거
위에만 올라타려는 여자의 뒷 엉덩이 살
토실한 것인지 껍데기만 남은 것인지
가을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한다 마신다
잔은 비었고 블랙 톤 목소리 들린다 구월
어느 가을쯤 걸었을까 레이 찰스 (그는 검다 얼굴이 검다)
건반 나누기 식으로 생각했다면
시간의 철길은 없었을 것
가을은 지나가고 돌아온다
레이 찰스의 마지막 목소리 돌아간다
먼 것과 잊혀진 것 가까이에서 에머슨이 지금 말할 때
그 혹은 가을이 풀벌레가 되어 돌아왔다
날개가 되어 돌아온 벌레가
바람 등허리를 타고 쉬쉬 다가섰을 때 가을이 옷깃을 여민다
나는 의심하였고 의심이라서 의심 받아도 도리가 없지만
깨진 침묵에게 미안해 부르지 않았다
선선할리 없는 회의주의자의 계절이여
항변 없는 아침의 조용한 법도여
그렇게 가만히
탓할 이 없는 세계와 한모서리 봉합된 입술이 종알댈 때
행운은 깨어나 누구의 노래를 불렀을까 생각한다
헛되이 동경하는 신의 노래들이여
숲의 언어처럼 하늘마저 등 돌려 찾으려는 허망의 빛이여
완전한 수학으로도 월력의 계산으로도 불가능한 장애의 달에서
또 한 별 가을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곳에 살던 너 분명 나 일 것이나
글자들과 노래와 웃음의 날갯죽지와 손 움직임 외 나는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을이었고 가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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