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브라만의 가을

미송 2009. 10. 1. 12:23

 

 

브라만의 가을 / 오정자

 

고전의 우체통 닮은 자전거

위에만 올라타려는 여자의 뒷 엉덩이 살

토실한 것인지 껍데기만 남은 것인지

가을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한다 마신다

잔은 비었고 블랙 톤 목소리 들린다 구월

어느 가을쯤 걸었을까 레이 찰스 (그는 검다 얼굴이 검다)

건반 나누기 식으로 생각했다면

시간의 철길은 없었을 것

가을은 지나가고 돌아온다

레이 찰스의 마지막 목소리 돌아간다

먼 것과 잊혀진 것 가까이에서 에머슨이 지금 말할 때

그 혹은 가을이 풀벌레가 되어 돌아왔다

날개가 되어 돌아온 벌레가

바람 등허리를 타고 쉬쉬 다가섰을 때 가을이 옷깃을 여민다

나는 의심하였고 의심이라서 의심 받아도 도리가 없지만

깨진 침묵에게 미안해 부르지 않았다

선선할리 없는 회의주의자의 계절이여

항변 없는 아침의 조용한 법도여

그렇게 가만히

탓할 이 없는 세계와 한모서리 봉합된 입술이 종알댈 때

행운은 깨어나 누구의 노래를 불렀을까 생각한다

헛되이 동경하는 신의 노래들이여

숲의 언어처럼 하늘마저 등 돌려 찾으려는 허망의 빛이여

완전한 수학으로도 월력의 계산으로도 불가능한 장애의 달에서

또 한 별 가을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곳에 살던 너 분명 나 일 것이나

글자들과 노래와 웃음의 날갯죽지와 손 움직임 외 나는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을이었고 가을은 없었다.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물꽃  (0) 2009.10.08
[수필] 숨어있는 길   (0) 2009.10.03
[소설] 삼천 한 번째 가을  (0) 2009.09.20
[수필] 엽서 한장 써 주세요   (0) 2009.09.06
[소설] 두개의 房   (0)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