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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욕망, 기관없는 신체, 탈코드화

“반복은 반복된 대상 자체를 바꾸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변화를 일으킨다.” 반복이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유(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핵심 메시지. “차이는 두 반복 사이에 놓여 있다.”반복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며, 반복은 차이의 매개이자 생산자라는 통찰을 보여줌. “필요한 것은 똑같은 것의 노예적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고양된 반복이다.” 들뢰즈가 강조하는 ‘차이’의 반복은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창조적 차이의 반복임. “가면, 복장, 감추어진 것... 반복의 진정한 주체는 가면이다. 반복은 표현이 아니라, 항상 그것을 의미하게 하고, 자신이 의미하는 것을 가리면서 스스로를 가리운다.” 반복은 외형이 아닌 그 내면에 있는 ‘가면’-숨겨진 차이와 변이를 드러냅니다. 반복을 부..

철학과 신화 2025.06.20

메리 올리버<휘파람을 부는 사람>

갑자기 그녀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내가 갑자기라고 말하는 건 그녀가 30년 넘게 휘파람을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짜릿한 일이었어. 난 처음엔,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나 했어. 난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아래층에 있었지. 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날아든 새, 야생의 생기 넘치는 그 새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지저귀고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희롱하고 솟구치는 소리였어. 이윽고 내가 말했어. 당신이야? 당신이 휘파람 부는 거야? 응, 그녀가 대답했어. 나 아주 옛날에는 휘파람을 불었지. 지금 보니 아직 불 수 있었어. 그녀는 휘파람의 리듬에 맞추어 집 안을 돌아다녔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어. 팔꿈치며 발목이며. 기분이며 욕망이며. 고통이며 장난끼며. 분노..

내가 읽은 시 2025.05.06

시를 써도 되겠는가/ 류시화

세상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미워하는 이곳에서시를 써도 되겠는가신마저 자신을 편애하는 이들에게만 문을 여는 이곳에서양탄자 짜는 사람처럼 구부정하게 앉아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고운율 고심하며시를 써도 되겠는가​모국어의 나라에서 태어나혀 끝에 투쟁의 단어 올려놓고 법부터 배우며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서로의 색깔 물으며 금을 긋는 시대에진실을 알고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내 침묵 오해할까 고뇌하며나무 아래서 주운 새 키우듯그리움의 언어로시를 써도 되겠는가​삶이 내 손등에 손을 올려놓을 때낯익은 것은 낯설음뿐인 이곳에서아침마다 꿈이 눈꺼풀에서 떨어져발 아래 부서지는 이곳에서시여, 내가 투사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말하며오갈 데 없는 단어 하나씩 주머니에서 꺼내그럼에도 삶이여신성하다, 신성하다 반어법으로 말하며시..

운문과 산문 2025.05.02

조지오웰과 페루난두 페소아

1많은 고귀한 영혼들에게 행동의 충동을 대신해주는 인식의 충동은 감각 능력의 영역에 속한다. 지성의 힘으로 에너지를 대신하고, 의지와 느낌 사이의 연결을 차단하며, 물질적 삶이 내보이는 몸짓에서 관심을 거둔다. 이것은 할 수만 있다면, 삶 자체보다도 가치롭다. 삶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갖기가 참으로 어렵고, 그중 일부밖에 소유하지 못하면 우리는 슬픔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르고의 영웅들은 말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은 항해이지 삶이 아니라고. 병적인 차원의 감각 능력이라는 아르고호에 올라탄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일은 느끼는 것이지, 사는 것이 아니라고. 2하나하나의 빗방울은 잃어버린 내 삶을 대신하여 자연이 흘리는 눈물이다. 어떨 때는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하루의 슬픔으로 무작정 대지를..

Books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