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은 바다를 그리워한다
최 복림
뉴욕커들에게 알라스카는 상상속의 땅이다. 알라스카하면 영하 수십도의 추위,폭설,얼음집에서 사는 에스키모를 연상한다. 사람 살 곳이 못되는 땅이다.
알라스카는 극한의 땅(Land of Extreme)이다.겨울이면 기온이 화씨로 영하50도까지 내려간다. 불이나도 소방차가 물을 뿌릴 수 없다. 한 여름에도 높은 산에 눈이 쌓여있다. 9월초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눈은 5월 중순까지 계속된다.알라스카의 겨울을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하는 것은 계속되는 캄캄한 밤이다. 해는 3-4시간밖에 보이지 않는다.혹독한 추위와 폭설,어둠. 어떻게 사람이 살겠는가.
그런데 알라스카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할수 없어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인간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뛰노는 야생동물을 애호하는 사람들이다. 제발 이들을 미친(crazy)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곰,물소,산양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무한하게 펼쳐져있는 황야는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위대한 땅” “(Great Land)’이다. 신비로운 대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음향과 야생동물들의 울음으로 아름다운 교향곡을(Song of the Land) 연주하고 있다.
노아홍수 이래로 가장 신비로운 자연현상이 알라스카의 빙산(Glaciers)이다. 알라스카 크루스를 가 본 사람들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얼음산과 이것이 바다물과 만나면서 깨지는 순간 발생하는 천둥소리, 바다위에 집채처럼 떠다니는 아이스버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역사상8번의 빙하기가 있었다. 마지막 빙하기에는 육지의32%, 바다의30%가 얼음으로 덮혔다. 지금은 지구의 10%만이 얼음이고 온난화로 얼음은 빨리 녹고 있다. 알라스카에는 아직도 3만 평방마일의 빙산이 있는데 이 면적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정도 된다.
그레이셔는 높은 산 계곡에 떨어진 녹지않은 눈이다. 눈은 다져져 얼음으로 변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눈은 압축되어 단단해지고 이런 상태가 100년 정도 계속되면 거대한 빙산으로 변한다.
빙산은 바다를 그리워한다. 햇님도 달님도 보지 않는 사이에 조금씩 바다를 향해 내려온다. 어느 순간 드디어 바다물을 만난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깨지는 순간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원주민들은 이 소리를 흰 천둥(White Thunder)이라고 불렀다.
빙산가운데서 푸른 빛을 발하는 것이 있다. 밝은 날보다 구름낀 날 더욱 푸르게 보인다. 빙산은 무지개 색깔중 다른 색깔을 모두 흡수하고 푸른 색만 반사한다. 온 산맥을 뒤덮고 있는 푸른 빙산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대의 경이다.
유람선은 알라스카 남부의 스캐그웨이 항구를 천천히 한바퀴 돈다. 그레이셔와 아이스버그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이스버그는 깨어진 얼음조각. 물위에 떠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3분의 2이상이 물 속에 잠겨있다. 바다위를 선회하다가 지쳤는지 갈매기가 빙산위에 앉아 무임승차하고 있었다.
알라스카에서 가장 큰 그레이셔가 로건산맥에서 태평양으로 흐르고 있는 하버드 빙산. 폭이 76마일이나 된다. 물위로 300-400피트, 물밑200피트나 되는 몇층짜리 빌딩만하다. 알라스카의 자연은 경이를 넘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19세기 알라스카 빙산을 처음으로 발견한 자연주의자 John Muir는 하버드 빙산과 주변경관을 “ 지상최대의 쇼”(the biggest shows on earth) 라고 말했다. 알라스카의 신비는 인간이 창조한 언어로 표현할수 없다.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문명이 미치지 않을수록 좋다. 알라스카의 자연은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한다. 무한의 땅,극한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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