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원조교제 / 박종인
낙원동 골목으로 들어섰어 성냥갑에서 빠져나온 성냥개비들, 모두 불씨를 안고 있었지 누군가 스치기라도 하면 확 불붙을 참이었어 우리는 술렁대는 어둠을 피해 불꽃 피울 곳을 찾았지 여기저기 기웃대다 원조라고 우기는 집으로 들어섰어 삶의 뒷마당이 보이더군 평생 식탐으로 배를 채운 아귀는 파도를 몇 섬이나 삼켰을까? 성냥개비가 불꽃을 피며 식탁 중앙에 놓인 커다란 아귀에 불을 당겼어 솟구치는 매운 감정이 냄비 속에서 펄펄 끓었지
어시장 좌판에 널린 녀석의 뱃속에서 조기가 튀어나오고 곰삭은 가자미의 눈알이 튀어나오고 설익은 파도 한 장 꼬챙이에 끌려 나왔지 독은 아귀의 입술에 있다고 노파가 말했지만,
순식간에 大자 아귀 한 마리를 해체했지 잇몸이 근질근질한 입들 화끈 타올랐어 元祖가 援助가 될 때까지 몇 사람이 뼈째 씹혔어 이빨보다 더 무서운 입술이었지 식탐으로 쌓아올린 生의 골격은 생각보다 물렁했어 아귀의 눈물 같은 것이 굶주린 탐욕 사이로 꺼져갔지 입은 하나의 커다란 무덤이었어
계간 『시산맥』 2010년 겨울호 발표
전북 무주에서 2010년 《애지》를 통해 등단.
제9회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운문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관영<산 말은 코 평수(坪數)를 넓힌다> (0) | 2011.01.11 |
---|---|
진은영<그 머나먼> (0) | 2011.01.10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0) | 2011.01.09 |
김소연<다행한 일들>외 4편 (0) | 2011.01.06 |
정진규 <청도가 수상하다> (0)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