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여자의 남자 1, 2, 3 / 김한길 / 해냄

미송 2011. 7. 3. 09:03

 

 

 

여자의 남자 1, 2, 3

 

한밤중과 새벽녘의 중간쯤에,
겨우 두세 번만 울리고 침묵하는 전화벨소리처럼,
그렇게 안타깝고 섬세한 배려를 알고 있는 여자라면 좋겠다.

 

삶을 어여삐하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되,
이제는 함부로 열광하거나 함부로 통곡하지 않는,
진한 열정을 잔잔하게 품고 있는 그런 모습의 여자라면 좋겠다.

 

화사한 자태를 잔뜩 뽐내면서도,
기실은 달랑 몇 개의 허울 좋은 가시만으로 버티는,
장미를 남겨두고 떠나온 어린왕자를 헤아리는 여자라면 좋겠다.

 

아홉만큼의 내 상처는 잊은 체하고,
하나 남은 기운만큼 너 위해 무얼할까 궁리하다가,
위로받는 건 오히려 나인 걸 깨닫게 하는 그런 여자라면 좋겠다.

 

김한길<여자의 남자> 2권 中 page 48

 

 

 

비와 공중전화 / 오정자

 

새벽녘

두세 번 울리다 만 전화벨

 

선잠을 깨운 이가

어둔 방을 돌아가네 공중전화 입구에서

동전들이 쏟아지네

 

청동거울 속 

얼굴 하나

빗방울로 떨어지네. 

 

 "안타깝고 섬세한 배려를 알고 있는 여자" 를 의식한, 즉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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