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 누우면 부드럽고 편안한 흙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꼼지락대는 듯한 탄력이 느껴진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내 식의 귀향)
"가슴 속의 상처가 아물까봐 딱지를 쥐어 뜯어가면서도 싱싱한 피를 흐르게 한다"
"인간의 참다움은 보통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것이지 잘난 사람들이 함부로 코에 걸고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의 이름으로 추구하는 것은 진실인가. 말로 표현된 것의 자유와 한계, 읽히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조작한 이미지, 경박한 과장, 분식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유년의 뜰)
"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정신의 탄력을 잃고 싶지 않다"
-(내 생애 밑줄)
"책 팔아 돈푼도 만지고 길에서 사인해달라는 독자도 생기게 되니, 대가라도 된 양 자족하는 나 자신에 대해 욕지기가 난다"
-(반고흐의 영혼의 편지)
"이청준의 문장이 작가의 감정과 느낌을 절제하여 독자들에게 작가 개입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치밀하게 쓰인 반면, 나는 작중인물에 감정적 개입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는 장가였다"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
"나는 내 이야기에 우리 어머니가 당신 옛날이야기에 거셨던 다양한 효능의 꿈을 건다"
"현대적인 문장의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 아름답게 꾸며진 말들 감정들. 그러나 생명도 없으면서, 죽었으면서, 요염하고 오만한 밍크의 허위를 지녔다"
"아물었으되 아직 피 흘리고 있음을, 잘 차려입었으되 헐벗었음을, 춤추고 있되 몸부림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내 할 일은 백프로 다 하고 왔어요. 저 밑 세상을 한번 내려다보시라고요. 내가 얼마나 수고했는지."
* 윤영수 <새봄 살구꽃 필 때마다, 박완서 선생님> 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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