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ssun
가치
삶에서 진정으로 값진 것들은 모두 값이 없다네
바람과 물, 그리고 사랑처럼
삶을 값진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값진 것들에는 값이 없다면
그 답을 우리는 어릴 적 가난한 시절에 배웠네
어릴 적에 우리는 그냥 모든 것을 즐겼다네
공기를 공기의 가치에 따라
물을 하나의 생명수로서
또한 탐욕이 깃들지 않은 사랑을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였네
이제 우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삶에 이끌려가고
정신없이 시간을 들이마시고 있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의무와 무거운 짐을 지운다
그리하여 삶은 그것을 너무 값싸게 여기는 이들에게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네.
- 에바 스트리트마터(중세 독일의 여류시인)
어디로 간 걸까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
주의자들일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꺾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지구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 이반 라코비코 크로아터(유고슬라비아 화가)
내가 누군지 말하라
나는 햇빛에 비추이는 티끌
나는 둥근 해
티끌에게는 가만 있으라고
해한테는 움직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침 안개 그리고
저녁의 숨결
작은 숲 위로 부는 바람, 벼랑에
부딪히는 파도
모든 것인
당신이여, 내가 누군지 말하라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
- 잘랄루딘 루미(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세상을 떠나는 자의 시
내가 내일 떠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기에 도착하고 있으니까
자세히 보라, 나는 매순간 도착하고 있다
봄날 나뭇가지에 움트는 싹
새로 만든 둥지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아직 어린 날개를 가진 새
돌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그것들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 도착하고 있다
웃기 위해
울기 위해
두려워하고 희망을 갖기 위해
내 뛰는 심장 속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탄생과 죽음이 있다
나는 강의 수면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하루살이다
나는 봄이 올 때 그 하루살이를 먹기 위해 때맞춰 날아오
는 새이다
나는 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개구리이며,
또 그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조용히 다가오는 풀뱀이다
그러니 내일 내가 떠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기에 도착하고 있다
그 모든 진정한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
내가 나의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내 기쁨과 슬픔이 하나임을 알 수 있도록
진정한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
내가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내 가슴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 틱낫한
류시화, 시집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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