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그 놈처럼 / 오정자
쉬지 않고 놀리는 당신 손도 피카소의 손
피카소는 섹스 대신 그림을 택했다지
다른 이의 그림을 베끼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었다지
그의 집은 훔쳐온 것들을 숨기는 커다란 창고였다
위아래도 없는 눈 코 입을 초현실이란 방에 걸었던 그에게
도둑맞은 이들은 깜짝 속았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는 엘리엇의 신조도 훔쳤다지
그리고 입을 싹 닦았다지
해 아래 이하의 말도 이미 낡은 말
좀 훔쳤다고 새로운 형법이 생기진 않는단다 얘야
나도 아비뇽의 처녀들이 많아 좀 그래
그 무의식중에 세로로 세우는 습관도 그렇고 그래
웃지마라 차라리 의뭉해 지시오
훔치고 티 내지 마시오 부지런히 베끼시오 탐하고
고민하지 마시오 고상한 척 마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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