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피카소, 그 놈처럼

미송 2012. 5. 20. 08:27

 

 

 

피카소, 그 놈처럼 / 오정자

 

쉬지 않고 놀리는 당신 손도 피카소의 손

피카소는 섹스 대신 그림을 택했다지

다른 이의 그림을 베끼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었다지

그의 집은 훔쳐온 것들을 숨기는 커다란 창고였다

위아래도 없는 눈 코 입을 초현실이란 방에 걸었던 그에게

도둑맞은 이들은 깜짝 속았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는 엘리엇의 신조도 훔쳤다지 

그리고 입을 싹 닦았다지 

해 아래 이하의 말도 이미 낡은 말

좀 훔쳤다고 새로운 형법이 생기진 않는단다 얘야

나도 아비뇽의 처녀들이 많아 좀 그래

그 무의식중에 세로로 세우는 습관도 그렇고 그래

웃지마라 차라리 의뭉해 지시오

훔치고 티 내지 마시오 부지런히 베끼시오 탐하고

고민하지 마시오 고상한 척 마셨으면 합니다.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여름 현기증  (0) 2012.06.11
[시] 4월의 꽃등   (0) 2012.05.21
[수필] 금자는 친절하지 않았다   (0) 2012.05.17
[시] 유희 엿보기  (0) 2012.05.11
[수필] 보무도 당당한 보리수나무가   (0)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