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금융시장은 시장인 만큼 수요-공급 법칙이 존재한다.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이자율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만일 정부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된 균형이자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 이자에 상한선을 둔다면 그 이자 상한선은 균형이자율보다 낮게 책정이 될 것이고, 이때 화폐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시장의 이자율이 낮아진다면, 그 돈을 가지고 다른 곳에 쓰는 게 더 유리해지므로, 공급량을 줄일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공급량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신용도가 낮은, 다시 말해 빚이 많은 가난뱅이들부터 솎아 낸다는 얘기고, 이렇게 되면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돈을 구할 수 없는 서민의 개인 파산을 조장하게 된다.
경쟁과 생산성이라는 너무나도 합리적인 담론 속에 고금리에 분개하는 우리의 윤리적인 불쾌감을 해석해낼 코드는 없다.
[기여입학]
돈을 기부해 입학하는 자들을 정원 외로 뽑는다면, 기여입학'생'으로 인한 평범한 수험생의 기회박탈은 실질적으로 없다. 오히려 대학에 대한 기부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입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대학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누구의 편익도 해치지 않는 행위가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킨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쟁의 예외는 경쟁의 기회라는 원칙 속에서 합리화된다. 헤겔 왈, 모순은 모든 동일성의 내적 조건이다.
[개고기]
우리가 무엇을 먹든지 그것은 온전히 우리의 상대적인 가치관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육을 먹는 야만적인 습성을 부정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개를 먹는 것을 동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인간에 대해서는 그 무지막지한 논리-문화적 상대성을 적용하지 않는다. 인간은 존엄하지 않느냐고? 그건 그들의 문화일 뿐이다.
인간이 모두 존엄하다는 생각, 딱 그 만큼만 개가 반려동물이라는 생각은 지랄맞다.
이쯤에서 상식의 최대의 반대자 니체 가라사대,
철학이란, 스스로 얼음 구덩이와 높은 산을 찾아 헤매는 것을 말한다. 생존에 포함된 모든 의문을 탐구하는 것,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구속된 모든 영역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 철학을 통해 깨달은 진실은 무엇인가? 오류란 맹목이 아니라 비겁이었다는 점, 이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사람을 보라]
[개 소고]
개를 이른바 '반려동물'로 인정해 식용을 금지하자는 의견은 허무맹랑한 논리가 아니다.
개와 소돼지를 구분해서 어느 것은 먹고 어느 것은 먹지 말자는 논리에는 모순점 있지만, 그 모순의 근본적인 문제는 모더니즘적인 분류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오성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모호한 구분이라는 점에 있다. 그런 분류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그리고 그걸 좀더 위험한 방식으로 적용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먹어도 되는 소돼지와 먹지 말아야할 인간을 온전히 구분해낼 수 없다. 물론 뻔한 얘기로 인간이 가진 이성, 자의식,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천부적인 존엄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짐승보다 못한 지능에 스스로 생각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에 생각이 미치면 그 존엄한 구분선은 개-소돼지의 구분선만큼이나 의미없다.
이것이 모더니즘의 문제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서양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그 시점,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인디언들을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하는 것은 그 당시 종교계의 중요한 논쟁 중 하나였다.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는 몰라도 인디언들은 인간으로 분류되었지만, 아프리카의 흑인노예들은 논쟁거리도 아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이 인간으로 '공인'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보편적 인권은 이제 그 종으로 범위를 확대했지만, 그 과정에서처럼 인류가 다른 모든 종들에 대해 존멸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합당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보편적 인권의 박애적 감성를 위협한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 개를 먹어야할 이유가 없고 그 개에게 모더니즘다운 '교감'이 더해질 때, 개 애호가들의 논리는 휴머니스트의 논리와 본질적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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