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
말해보라,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여
너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형제 자매인가
나에게는 부모도 형제 자매도 없다
그러면 너의 친구인가
지금 너는 뜻조차 알 수 없는 낱말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너의 조국인가
그것이 어느 위도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이란 말인가
아, 만일 불멸의 여신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으련만
그렇다면 돈이란 말인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것
마치 네가 신을 미워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세상에서도 귀한 에트랑제여!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한다
저 부지런히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한다
보라, 다시 보라
저 불가사의한 뭉게구름을.
피의 샘물
때때로 나는 내 피가 쿨쿨 흘러감을 느낀다
선율 따라 흐르는 샘물과 같이
언제까지나 졸졸졸 피의 흐르는 소리는 들리나
아무리 더듬어 봐도 상처란 찾을 수 없다
결투장에서처럼, 도시를 가로질러 내 피는 흐르며 간다
길바닥 돌을 작은 섬으로 바꾸고
온갖 것의 갈증을 풀어 주고
간 곳마다 자연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나는 흔히 취하는 술에 나를 파고드는 공포를
하루라도 잠재워 달라고 하소연했으나
술은 내 눈과 귀를 한결 밝게 만들어 줄 뿐!
사랑 속에 망각의 잠을 찾기도 하였으나
사랑은 나에겐 오직, 저 매정한 계집들에게
내 피를 빨아 먹이기 위해 마련된 바늘 방석일 따름!
심연 속에서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비나이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감돌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푸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혼돈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속에 잠길 수 있는
더 없는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거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 독자에게 中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 알바트로스 中
내 지극히 사랑하는 연인은 알몸이었고
내 마음을 알기에 오직 잘 울리는
보석만을 지녀, 그 호화로운 노리개로
행복한 나날의 모오르의 노예처럼 의기양양하도다.
- 패물 中
'운문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용묵<구두> (0) | 2012.07.18 |
---|---|
세사르 바예호 <시간의 횡포>외 6편 (0) | 2012.07.16 |
갈가마귀 - 에드가 엘런 포우 (0) | 2012.07.14 |
김종삼,「라산스카」 (0) | 2012.07.03 |
김병권<숨어서 피는 꽃> (0) | 201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