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풍 / 말라르메
오!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노라
떠나 버리자, 저 멀리 떠나 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매에 비친 해묵은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닷물에 적신 내 마음을 잡아 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 주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 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황폐한 밝음도
어린아이 젖 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 선부(船夫)여,
그대 돛을 흔들어 세우고 닻을 올려
이국의 자연으로 배를 띄워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거창한 작별을 믿고 있는지
그런데 돛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우리는 어쩌면 바람에 밀려 길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한 섬도 없이 난파하는가
그러나, 오 나의 가슴아
이제 뱃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어라.
창 / 말라르메
오 조용한 누이여, 주근깨가 자욱한
어느 가을이 꿈꾸는 그대 이마를 향하여
그대 천사 같은 눈의 방황하는 하늘을 향하여
우수에 찬 정원 속의 어느 하얀 분수가 창공을 향하여
한숨짓듯이 충실히도 나의 영혼은 위로 오른다
커다란 연못마다 저의 끝없는 오뇌를 비추어보는
잎새들의 죽어가는 야숫빛 고통이 바람 따라 떠다니며
차디찬 주름을 남기는 죽은 물 위에 긴긴 빛살의
노란 태양이 발을 끌며 천천히 지나가게 버려 두는
창백하고 맑은 11월 부드러운 창공을 향하여.
말라르메가 한밤 중에 처마 밑에 모인 고양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말라르메는 영리하고 용감한 라미나그로비라는 자기 고양이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관심있게 듣지 않았었다. 한 고양이가 말라르메의 고양이에게 물었다 '그래 넌 요즘 무얼하고 지내니?' 그러자 그 고양이가 대답했다. '말라르메의 고양이인 척하며 지내'
말라르메 (1842~1898)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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