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영양이 풍부하다 / 김현승
무르익은
과실의 밀도와 같이
밤의 내부는 달도록 고요하다.
잠든 내 어린 것들의 숨소리는
작은 벌레와 같이
이 고요 속에 파묻히고,
별들은 나와
자연의 구조에
질서 있게 못을 박는다.
한 시대 안에는 밤과 같이 해체나 분석에는
차라리 무디고 어두운 시인들이 산다.
그리하여 토의의 시간이 끝나는 곳에서
밤은 상상으로 저들의 나래를 이끌어 준다.
꽃들은 떨어져 열매 속에
그 화려한 자태를 감추듯....
그러하여 시간으로 하여금
새벽을 향하여
이 풍성한 밤의 껍질을
서서히 탈피케 할 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