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김현승<밤은 영양이 풍부하다>

미송 2009. 5. 16. 10:37

밤은 영양이 풍부하다 / 김현승

 

 

무르익은

과실의 밀도와 같이

밤의 내부는 달도록 고요하다.

 

잠든 내 어린 것들의 숨소리는

작은 벌레와 같이

이 고요 속에 파묻히고,

 

별들은 나와

자연의 구조에

질서 있게 못을 박는다.

 

한 시대 안에는 밤과 같이 해체나 분석에는

차라리 무디고 어두운 시인들이 산다.

그리하여 토의의 시간이 끝나는 곳에서

밤은 상상으로 저들의 나래를 이끌어 준다.

 

꽃들은 떨어져 열매 속에

그 화려한 자태를 감추듯....

 

그러하여 시간으로 하여금

새벽을 향하여

이 풍성한 밤의 껍질을

서서히 탈피케 할 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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