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오에 겐자부로 <나의 나무 아래서> 中

미송 2015. 5. 8. 08:15

 

 

 

                            

살아가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결국 혼자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게도 필사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할 때가 찾아오겠지, 이렇게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 소녀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더욱이 새로운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는 소녀의 작았지만 당당했던 -위엄이 있었던- 모습에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pp.129-130

 

 

어린 나는 그때 읽어도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읽으려고 결심한 저자의 이름과 책이름을 노트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그때에 언젠가는 읽어보려고 생각했는지 스스로도 흥미로운 점을, 그 나이의 내가 이해하는 범위내에서 적어두었습니다. 그것도 요새 내가 읽어보아도 재미있는 책에 그 부분이 이러이러하게 인용되어 있다고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서 실제로 그 책을 읽어보고 생각했던 대로 좋은 책이라고 확인하게 될 때는 그것이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야구에 저스트미트라는 말이 있지요? 책과 그것을 읽는 나의 저스트미트라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능력 -성장기에는 나이와 매우 관계가 깊습니다- 과 그 책을 위한 예비독서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의 경험이 저스트미트[ジャストミート, just meet ]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pp.109-110

 

 

어떤 일이든 이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어쨌든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는 힘'을 가지고, 이제 틀렸다고 체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로 소중합니다.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봐도 달라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기다려보는 '어느 정도의 시간'속에 전부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p.192

 

 

묵묵히 작업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그 고무공이 어떤 사정으로 마을 아이들에게 배급된 것인지를 나는 설명했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감격해하며 한 말을 되풀이 한 것뿐이었지만. 일본의 군인 아저씨들은 용감하고 강해서 싱가포르를 지키는 영국 군대를 물리쳤고 그리고 그 군인 아저씨들은 인정이 많아서 고무공을 모아 보내준 것이라고. 아버지는 일손을 멈추시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나라의 용감하고 강한 군대가 이 숲속에까지 쳐들어와서 (아버지는 안채의, 강줄기와 맞닿아보이는 지붕 끝에 어머니가 널어놓은 곶감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어떤 나라의 군인들도 인정이 많아서 곶감을 모아 자기 나라의 아이들에게 보내버렸다고 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pp.85-86

 

20120816-20150508 타이핑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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