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한 마리 새
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욱 달콤한 소리
아무리 심한 폭풍도
많은 이의 가슴 따뜻이 보듬는
그 작은 새의 노래 멈추지 못하리.
나는 그 소리를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다.
허나 아무리 절박해도 그건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다.
미국의 여류시인(1830~1886). 자연과 청교도주의를 배경을 사랑과 죽음, 영원 등의 주제를 담은 시들을 남겼다.
평생을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고, 죽은 후에야 그녀가 생전에 2,000여 편의 시를 쓴 것이 알려졌다.
희망은 우리의 영혼에 살짝 걸터앉아 있는 한 마리의 새와 같습니다.
행복하고 기쁠 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플 때, 절망할 때 어느덧 곁에 와 손을
잡습니다. 희망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거나 간절히 원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상처에 새살이 나오듯, 죽은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 희망은 절로 생기는
겁니다. 이제는 정말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할 때, 가만히 마음속 깊은 곳
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여보세요. 한 마리 작은 새가 속삭입니다.
“아니, 괜찮을 거야, 이게 끝이 아닐 거야. 넌 해낼 수 있어.” 그칠 줄
모르고 속삭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망은 우리가 삶에서 공짜로 누리는 제일 멋진 축복입니다.
삽화 - 장지원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J. R. R 톨킨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래되었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
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못한다.
타버린 재에서 새로이 불길이 일고,
어두운 그림자에서 빛이 솟구칠 것이다.
부러진 칼날은 온전해질 것이며,
왕관을 잃은 자 다시 왕이 되리.
영국의 학자. 소설가(1892~1973). 34년간 옥스퍼드 대학 교수를 지내며 20세기 영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북유럽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을 발표하며 현대 판타지 소설 장르를 발전시켰다.
유명한 <반지의 제왕> 1부에 나오는 시입니다. 시행 하나 하나가 모
두 경구처럼 읽히지만, 특히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일사천리로 쭉 뻗은 고속도로가 아
닙니다. 숲속의 꼬불꼬불한 오솔길도 지나고, 어디 봐도 지평선밖에 보이
지 않는 허허벌판 광야도 지나고, 빛줄기 하나 없는 터널도 지납니다. 이
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도 나옵니다. 하지만 헤매본 사람만이
길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길눈 어둡기로 소문난 저는 늘 생각합니다. 남들은 조금만
헤매도 쭉 뻗은 고속도로를 잘도 찾는데 왜 나는 끝없이 헤매고만 있는지,
남들이 갖고 있던 쇠붙이는 다 알고 보니 금덩어리라는데 왜 내 것은 그냥
쇠붙이일 뿐이지….
그래도 동서남북 가늠 못 하고 정신없이 헤매면서 보는 세상이 재미
있고 이러다 문득 어디선가 길이 나오겠지 하는 희망은 있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축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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