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최영미<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미송 2012. 11. 12. 08:10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아도니스 ;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를 떠올리다가 덩달아 따라 나온 아도니스. 

    뮤즈들에게 찢김을 당해 죽은 오르페우스와 신들의 질투를 받아

    멧돼지 뿔에 받혀 죽은 아도니스. 신의 아들과 인간의 아들의 최후는 

    동일했다. 자고로, 재주와 외모는 숨기고 사는 게 미덕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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