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몇 분간>

미송 2012. 12. 24. 08:40

     

     

     

    몇 분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늪에 웅크린 소나무가 왕관을 떠받친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뿌리에 비한다면, 넓게 뻗은, 은밀히 기어가는, 죽지 않는, 혹은 반쯤 죽지 않는

    뿌리 조직에 비한다면.

     

    나 너 그녀 역시 가지를 뻗는다.

    의지 바깥으로.

    대도시 바깥으로.

     

    우유 빛 여름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진다.

    나의 다섯 감각들이 다른 생명체에 연결된 듯한 느낌이 온다.

    어둠이 흘러내리는 운동장에서 밝은 옷을 입고 달리는 육상 선수처럼

    끈질기게 움직이는 다른 생명체에 연결된 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