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과 목소리

[낭송] 희미해지기

미송 2013. 4. 10. 07:34

     

    Rho Sook Ja, 盧淑子 화백, 봄

     

     

    희미해지기 / 오정자 


    원점으로 돌아가야지
    누추한 흙에서 비롯된 나
    추락이 무서운
    어린 새새끼처럼
    지워지는 경계와
    시끄러운 정체의 틀을 벗고
    민들레 홀씨 모습으로
    희미하게 낮아져야지

     

    나 이제 스르르
    비상의 날개를 접고
    무시무시한 낙하를 꿈꾸며
    원점으로 돌아가야지
    생존의 낭떠러지 밑
    저 한없이 낮은 곳
    아무것도 뵈지 않는 곳에서
    당신 하나로 완성되는
    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