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과 목소리

[낭송] 감자의 몸

미송 2015. 3. 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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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몸 /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 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멩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될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2009. 낭송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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