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일 포스티노 (Il Postino)

미송 2013. 4. 17. 07:08

 

 

1952년 이탈리아. 어부의 아들 마리오(M. Troisi)는 세계적인 칠레의 망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P. Noiret)가 그들 섬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보도를 접한다. 그 후 섬의 작은 우체국에는 전 세계에서 네루다에게로 날아오는 수많은 편지들로 쌓이고 고민하던 우체국장은 네루다의 전용 우체부로 마리오를 고용한다. 그의 상관은 네루다가 유명한 민중 시인이며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리오는 매일같이 편지와 소포를 안고 네루다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빌라로 찾아간다. 그러다 그의 시를 읽고 시에 관해 말을 걸게 된다. 마리오는 특히 은유의 작용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네루다 역시 마리오의 타고난 감수성에 마음이 끌린다. 마리오는 자기도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바에서 마리오는 바 주인의 아름다운 조카딸 베아트리체(M. Cucinotta)와 사랑에 빠진다. 네루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네루다는 거절한다. 대신 그는 그의 책 ‘네루다의 은유’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직접 사인해 마리오에게 건넨다. 그의 은유가 그녀에게도 효력을 발휘했음인지 그녀도 마리오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 증인으로 참석한 네루다는 피로연 때 칠레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알린다. 마리오는 그와 뜨거운 이별을 나눈다. 그는 꼭 편지를 하겠노라고 했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선거에 압승한 기독민주당이 수도 공급에 관한 공약을 져버리자 공산당에 투표한 마리오는 태어날 아들을 파블리토라 이름 짓겠다 맹세한다. 마침내 네루다에게서 편지가 온다. 그러나 그것은 비서가 보낸 사무적인 편지로 빌라에 남아 있는 몇 가지 물건들을 발송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마리오 가족들은 네루다가 마리오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리오는 그들의 관계에서 이득을 본 건 자기뿐이라며 그를 두둔한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런저런 섬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네루다에게 보낸다. 십 년 후, 섬을 다시 찾은 네루다 부부는 파블리토를 만난다. 미망인이 되어 있는 파블리토의 엄마는 마리오가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공산당 집회 때 노동시를 낭송하게 되어 있었는데 집회 도중 그만 사망했다고 하며, 그녀는 이어 테이프를 틀어준다. ‘파블로 네루다를 위한 시’. 네루다는 사색에 잠겨 해변을 걷는다.

 

 

조용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한 집배원이 세계적인 시인에게 편지를 배달해 주면서 자신의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엮어낸 작품.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 명성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73)가 1952년 본국 칠레에서 추방당한 후, 이탈리아 정부가 나폴리 가까이의 작고 아름다운 섬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 준 실화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원제 ‘일 포스티노’는 이태리어로 ‘집배원[postman]’이라는 뜻이며 주연을 한 이탈리아의 감독이자 배우인 마시모 트로이시는 심장병이 있음에도 출연을 고집하여 생애 마지막 연기를 보여 주고는 촬영이 끝난 다음 날 사망하였다.

 

 

 

주말이나 휴무일에 짬을 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운 좋게 그게 몇 년 전 쯤 누군가의 입을 타고 기억에 남아 있던 '일 포스티노'라던가, 2~ 30년 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원작으로 한 '비커밍 제인'과 같은 영화라면, 우연치곤 상당한 우연이며 행운과 맞먹는 일이다. 흥분해서 200년 전 쓰여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오늘도 유효하네, 자꾸 떠들면 지각을 확실히 인정하는 셈이다, 그녀의 소설은 배역과 주인공을 바꾸며 이미 여러 번 영화화가 되었다 제인의 자전적 소설인 것 같은 '오만과 편견'을 한 편의 영화를 보고서 마스트했다 할 순 없겠지만, 통독의 효과는 거둔 듯 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해야겠다. 새벽에, 일 포스티노를 우선 스크랩한다. 이렇게라도 기억창고에 두고 싶은 이유는 언젠가 또 다른 느낌을 만나기 위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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