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강을 건너며
쌉싸래한
커피 향이 아침저녁으로 다르다. 바람의 살갗이 생뚱하다. 색을 전혀 쓰지 않던 묘목들조차 단풍에 잠기고, 동그란 탑에선 남풍과 북풍을 잇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오후 강물에 물드는 노을은 빨강, 나는 가볍고 너그러운 비누거품 같은 영묘한 세계를 떠올린다. 삶, 뒤엉기는 시어들의
정렬방식에 골몰한다.
이와
같은 때에는 문득, 푸른 하늘 아래 부서지는 모든 것들이 노래가 되어 날아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두려움 없는 창가에 햇살이 턱을
걸쳤다. 무거움을 내려놓을 때의 날갯짓은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커피 맛. 환상, 꿈, 바람에 씻긴 꽃잎들이 찻잔 밖으로 넘친다. 사라짐의 전조
그리고 연거푸 마시는 커피의 거부 못할 쓸쓸함.
그
쓸쓸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방랑자가 되고 강이 되고 잎이 되고 꺼져가는 등불이 되고 텅 빈 나무가 된다. 축축한 계절의 끝 사라지는 것들로
슬퍼하는 당신도.... 그러나
한 모금 너의 물기, 맛깔스러운 웃음이 고맙다. 우수 같은 커피는 마시는 이의 자세에 따라 달의 모양으로 기울었다 넘쳐났다 한다. 마음자리를
어지럽히기도 하고 정돈해 주기도 하는 마술의 시음, 너를 느끼는 만큼 나는 자랐다.
결별의
빛, 우연한 외로움과 맞닥뜨려 서성거린다. 건너지 못 할 강 그리고 강물 사이 - 무지개, 흰 구름, 종달새, 별의 걸음 - 다리가 되어주는 소재를
떠올리는 지금은 시월. 짧은 치맛단, 날씬했던 종아리로 되돌아가고 싶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하, 그러나 시간은 세월은 영원함은 잠시의
반짝임. 색깔을 잃어감으로 자신과의 재회가 점점 선명해지는 시월, 시월은
어느 별에서 맞는 특별한 오후의 커피 맛이다.
이천칠년 가을, 오정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