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가을꽃

미송 2013. 11. 2. 22:56

     

     모네의 그림

     

     

     

    가을꽃 / 오정자

     

    문턱을 넘어서야 만나는 오고가야 만나는 계절의 순서 따라 물드는 나뭇잎들 흔들리는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뜰 수 없는 바라보기 힘든 가을 산 해발 천 미터쯤 오르는 차창에

    빨갛게 그려 넣는 입술은 또 한 천년쯤 지난 여자가 우수수한 가을 한 조각을 보는 눈

    빛은 황홀하여 바르르 떨리는가 싶게 열렸네 꽃은 잠시,

     

    그러나 봄부터서 불던 바람과 햇살과 갈매기의 울음까지 온 몸으로 간직한 것들로 타오

    르고 있는 잎들은 잎이 아니라 꽃, 가을꽃이라 고 말했네 가을이 다시 피고 있는 언덕

    아무도 지나지 않는 구룡령쯤에서는 갈대도 은빛 춤을 추는 가을도 역광逆光으로 꽂혀드

    는 아낙도 읊조리는 노래가 하나 있었네 꽃은 잠시,

     

    그러나 꽃은 처음부터 꽃이었다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꽃이었다는 낙엽을 꽃으로 보았

    다는 나의 노래,

     

    하산下山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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