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세월에 대한 에테르

미송 2013. 12. 28. 09:23

 

월에 대한 에테르 / 오정자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곳은 어디

언제였기에 아직도 속삭임으로 남아 있을까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신기해하며

서로의 얼굴을 예쁘게 쓰다듬는 것일까

 

바둑알처럼 나뉠 수 없었던

마음은 흑심이 아니었을 거야

우연과 기연이 거듭되다 행운이 된 것일 뿐

 

수첩 속 자그만 물방울들

물방울 속 더 자그만 방들을 조각으로 읽으려 했던 나날들

조각으로 떠 다녔어도 조각만은 아니었을 너

가지런한 정렬을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

 

그러나 지나간 구월九月들에게 

안녕을 부를 때마다 이렇게 썼었지

괄호와 괄호 사이에서 만난 우리일 거라고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있으면서도 없는 있으면서도 설명되지 않는 존재일 뿐이라고

 

무수한 구월이 흘렀다

부를수록 기분 좋아지는 음절로

세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금은

맘모스(a mammoth)와 닮지 않은 공기들

무도舞蹈의 시간

 

함부로 만질 수 없는 비밀일수록 그리운 법이라고

조용히 새어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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