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대한 에테르 / 오정자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곳은 어디
언제였기에 아직도 속삭임으로 남아 있을까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신기해하며
서로의 얼굴을 예쁘게 쓰다듬는 것일까
바둑알처럼 나뉠 수 없었던
마음은 흑심이 아니었을 거야
우연과 기연이 거듭되다 행운이 된 것일 뿐
수첩 속 자그만 물방울들
물방울 속 더 자그만 방房들을 조각으로 읽으려 했던 나날들
조각으로 떠 다녔어도 조각만은 아니었을 너
가지런한 정렬을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
그러나 지나간 구월九月들에게
안녕을 부를 때마다 이렇게 썼었지
괄호와 괄호 사이에서 만난 우리일 거라고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있으면서도 없는 있으면서도 설명되지 않는 존재일 뿐이라고
무수한 구월이 흘렀다
부를수록 기분 좋아지는 음절로
세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금은
맘모스(a mammoth)와 닮지 않은 공기들
의 무도舞蹈의 시간
함부로 만질 수 없는 비밀일수록 그리운 법이라고
조용히 새어나가는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 페이지를 거꾸로 넘기며 (0) | 2013.12.30 |
---|---|
[시] 재즈 (0) | 2013.12.29 |
[수필] 아무렇게나 (0) | 2013.12.21 |
[시] 한 아이가 있어 (0) | 2013.12.08 |
[수필]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0) | 2013.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