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금단의 사과나무

미송 2009. 6. 20. 22:10

 

 

금단의 사과나무 

 

당신 상상해 봐

상상을 한번 해 보란 말이지

당신이 노심초사 들여다 보는 머리맡 고

예쁘고 조그만 어항 시냇물 졸졸 흐르는 어항 속 빨간 금붕어가 말이지

어느 날 콩알만한 눈알을 확 까뒤집으며

바락바락 대는 걸 상상 해보란 말이지 물론

금붕어의 성별을 난 몰라요 너와 나 별똥별처럼 쿵 떨어진

우주 한복판에 왜 저리 민들레 홀씨들 춤추고 날고

촉촉한 빗물에도 목말라 십자가 아래 신음을 놓고 가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예쁘다 쓰다듬던 당신 빨간 금붕어가 이틀 전

고릴라로 변신한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남자와 여자 꽃잎

날름거리는 그 새끼가 시방

우리 사이 왕래하는 언어로 지어졌다니 세상에

순한 당신에게 발칙하게 대들던 고릴라인지 아니 

빨간 금붕어가 뱀 혹 여자인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당신 스스로가 63빌딩인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인지

높다고 한다면 말이지 변신의 귀재인 빨간 금붕어는 그럼 뭐냔 말이지

허물 벗고 지랄을 떨어도 금붕어는 금붕어일 뿐이라고 당신

씩 웃으며 돌아눕는다 해도 머리에 이고 지고 밤마다 들여다 보던 어항 속 

시냇물 졸졸졸 해초 찰랑이는 빨간 금붕어가 당신의 고 무엇이라고 하면 

후다닥 어항 속으로 뛰쳐 들어간 당신이 금붕어 밥이 될 거라고 하면

행복해할지 꽁무니뼈 감추며 도망칠지

나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2006. 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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