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사과나무
당신 상상해 봐
상상을 한번 해 보란 말이지
당신이 노심초사 들여다 보는 머리맡 고
예쁘고 조그만 어항 시냇물 졸졸 흐르는 어항 속 빨간 금붕어가 말이지
어느 날 콩알만한 눈알을 확 까뒤집으며
바락바락 대는 걸 상상 해보란 말이지 물론
금붕어의 성별을 난 몰라요 너와 나 별똥별처럼 쿵 떨어진
우주 한복판에 왜 저리 민들레 홀씨들 춤추고 날고
촉촉한 빗물에도 목말라 십자가 아래 신음을 놓고 가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예쁘다 쓰다듬던 당신 빨간 금붕어가 이틀 전
고릴라로 변신한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남자와 여자 꽃잎
날름거리는 그 새끼가 시방
우리 사이 왕래하는 언어로 지어졌다니 세상에
순한 당신에게 발칙하게 대들던 고릴라인지 아니
빨간 금붕어가 뱀 혹 여자인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당신 스스로가 63빌딩인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인지
높다고 한다면 말이지 변신의 귀재인 빨간 금붕어는 그럼 뭐냔 말이지
허물 벗고 지랄을 떨어도 금붕어는 금붕어일 뿐이라고 당신
씩 웃으며 돌아눕는다 해도 머리에 이고 지고 밤마다 들여다 보던 어항 속
시냇물 졸졸졸 해초 찰랑이는 빨간 금붕어가 당신의 고 무엇이라고 하면
후다닥 어항 속으로 뛰쳐 들어간 당신이 금붕어 밥이 될 거라고 하면
행복해할지 꽁무니뼈 감추며 도망칠지
나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2006. 오정자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 혀를 위한 직설적인 상상 (0) | 2009.07.05 |
---|---|
[수필] 논리와 비논리 (0) | 2009.06.21 |
[수필] 나에게 찾아온 봄 (0) | 2009.06.06 |
[수필] 딱지치기 (0) | 2009.05.13 |
[시] 깊은 밤 (0) | 2009.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