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한강을 읽다

미송 2024. 10. 14. 10:35

 

 

 

 

 

 

 

 

 

 

 

 

 

 

 

 

 

 

 

 

 

화장끼 전혀 없는 얼굴석 달 열흘쯤 잠과 거의 친교가 없었나 싶은 피부톤울음을 쏟아놓을 것 같은어느 신문에선가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했을까 싶은 앳된 이미지를 남겨두었다.  어제 2005년 이상 문학상 대상작인 그녀의 장편소설 몽고반점을 우연히 접하게 된 건선물이란 이름의 독서강요에 의함이었다.

몽고반점이 어디에 붙어있는 점이야 ” 첫 장을 열며 사뭇 슬픔끼 그득한 눈빛을 나는 직시하였다작년에 인기를 얻었던 TV 드라마 <눈사람>의 시나리오처럼 몽고반점에도 처제와 형부가 등장했다. 사진작가 내지 행위 예술가인 한 남자의 프리즘으로 보는 원초적 성()에 대한 표현들이 섬세하고도 정밀했다.

성실하여 나무랄데 없는 아내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중년 남자그는 아내를 통해 듣게 된 처제의 푸른 몽고반점에 충동이 집약된다.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일상적인 가치외엔 관심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이 태고의 순수를 갈망했을 몽고반점의 상징성을 알기나 했을까그의 의문과 호기심의 시작은 자살하려고 동맥을 끊은 처제를 등에 엎고 병원으로 달려가면서부터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며 표면은 호수같지만 내면에는 견고한 진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젊어서 자식낳고 잘 살아 보겠다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교교한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남편들은 때로 공원을 배회하기도 한다세월에 비례하여 늘어지는 근육종족번식 본능에서 그치지 않는 성에 대한 끝없는 욕망의 수컷들.  절망을 자살이라는 수단으로 도피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현주소가 읽혔다.

동물적 본능에 대한 극렬한 저항이 그녀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을까비곗덩어리로 느껴지는 남성에 대한 냉대가 싸이키델릭하게 전이되었다.

1997년 모리타 요시미츠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실낙원의 장면들이 구사되고 있는 몽고반점은 불륜이 아닌 사랑 지상주의를 실현하려는 듯 하였다여인의 몸위에 그림을 그리는 동안 행위가 멈춰진 몰입 상태는 과히 미학적이었다.

이중논리가 노랫말이 되는 와중에 심장 약한 여자들은 동맥을 끊고 실신을 거듭한다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더 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이던가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이혼상태에 놓인 처제에게 도움 명분으로 다가가지만 그녀의 몸에 전위예술의 혼을 불사르던 남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본능을 드러내고야 만다.

새벽 창가에 걸린 파란 달빛마저 뜨겁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랑그 밀애의 끝은 언제나 배우자 아니면 가장 가까운 자의 입을 통해 폭로되는 법.

삼십대 중반의 유능한 작가가 몽고반점을 통해 던진 질문들은 별반 해결되지 않았다.

아내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그 남자와 토플리스 차림으로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 여동생, 그리고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살아가야 할 피해자란 이름의 그녀는,

 

 

2005년 한강의 몽고반점을 읽고 <오정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2024년 10월 14일 아침 회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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