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대자유로 가는 길

미송 2024. 7. 19. 11:23

 

태양은 그림자가 없다

 

태양은 그림자가 없다

태양은 모든 사물을 비추어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그 어느 것도 태양을 비출 수 없다

태양 자신도 스스로를 비출 수 없다

왜냐하면 빛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설명될 수 없다

깨달음은 모든 개념을 포용하지만

상대적 개념을 초월해 있기에

그 어떤 언어로도 깨달음을 설명할 수 없다

깨달음 자신도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진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 자리

 

구르는 저 돌멩이 원래 그 자리

하늘엔 구름한점 산새 지저귀고

시냇물 꿈결처럼 흐르고 있네

저 멀리 산천은 그대로 인데

바라보는 주인공은 변해 있구나

생사조차 없으니 오고감이 없어라.

 

 

인생

 

있지도 않은 삶을 저마다 부여잡고

힘들다 괴롭다 원망하네

어떤 이는 저 잘났다 으스대고

어떤 이는 저 못났다 풀이 죽네

살다 살다 지친 후에 허망한 줄은 알아서

인생은 나그네길이다. 신기루다. 물거품이다.

새벽 이슬이다. 일장춘몽이다.“ 떠들고 있네

인생에 속고 사는 사람들아

가련하고 불쌍하구나

인생이란 원래 없다네.

 

 

 

미륵불

 

긴 세월 목메어 부르짖던 님

지친 삶 오직 하나의 등불이었네

끝없이 염원하며 기다리던 사람들

하나 둘 한숨 속에 사라졌구나

제 속에 감춰두고 밖으로만 헤매이니

천년 만년 세월가도 찾을 길 없네

그 옛날 한소식 눈앞에 번쩍하니

자기 안에 자기 부처 모두가 미륵일세

아서라 말어라 찾지를 말어라

자기 부처 아니거든 찾지를 말어라.

 

 

천상천하 유아독존

 

견성이다 해탈이다 홀로 들떠서

이리저리 진리 찾아 헤매어봐도

마음속 한점의혹 여전히 남네

원래 나 없다는 말 가슴을 치니

확철대오 한 순간에 천지가 아득

시비분별 끊어지니

나라는 존재는 없고

오직 불성만이 홀로있구나

 

 

본래모습

 

있는 모습 그대로이고

바람 부는 모습 그대로이고

구름떠있는 모습 그대로이고

물 흘러가는 모습 그대로이고

꽃이 피는 모습 그대로이고

낙엽 지는 모습 그대로이고

만물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모습 그대로이다.

 

 

초월

 

내가 없으니

생각을 해도 생각 속에 들어있지 않고

말을 해도 말속에 들어있지 않고

행을 해도 행 속에 들어있지 않고

다투어도 다툼 속에 들어있지 않고

기뻐해도 기쁨 속에 들어있지 않고

슬퍼해도 슬픔 속에 들어있지 않고

사랑을 해도 사랑 속에 들어있지 않고

살아도 삶 속에 들어있지 않고

죽어도 죽음 속에 들어있지 않다.

 

 

중생이 곧 부처

 

본래 자아가 없으니

부처와 중생이 따로 없네

바로 알면 부처요 잘못 알며 중생이라

중생이 부처 되는 것

손바닥 뒤집듯이 쉽건만

저 홀로 무거운 짐지고 걸어가니

인생길이 고달프다.

 

 

악순환

 

에고는 무지를 낳고

무지는 맹신을 낳고

맹신은 종교를 낳고

종교는 또 다시 맹신을 강요한다.

 

 

있는 그대로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고

사랑할 때 사랑하고

깨어있을 때 깨어있고

살아있을 때 살아 있으라

 

 

집착

 

그대여!

어찌하여 허깨비 인생에

그렇게도 목말라 하는가

그대여!

어찌하여 고통조차도 놓지 못하고

그렇게도 부여잡고 있는가

그냥 놓아버리게

그리하면 그대 삶을

스치고 지나간 고통조차도

아름다웠노라고 말 할 수 있으리라.

 

 

외로운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산에도 들에도 마을에도

진리를 찾아 헤매이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진리는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는 그대로 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본래성품

 

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연기에 의해서 저절로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

나는 무책임하다

왜냐하면 책임질 나라는 것은

본래 없기 때문이다

 

 

대자유인

 

대자유인은

너와 나의 분별이 없고

옳다 그르다 시비가 없네

늘 본래성품 그대로이기에

일체의 변화무쌍한 가운데서도

흔들림이 없지

세상사 크고 작은 모든 일이

한 찰나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물거품이니

마음에 흔적조차 없네

온 적도 없으니 갈 것도 없이

발자국 남지 않는 발걸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으니

그야말로 대자유인이지

 

P307-320 무위해공 나는 없다

 

 

무위해공

1958년 서울 출생. 14세에 기독교 입문하여 15세 되는 해에 영적 체험을 한 후 목사가 될 것을 서원하였다.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회를 시작했으나 진리적 한계를 느끼고 기독교를 떠난 후 구도자로서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수행하던 중, 199812월에 미얀마 명상센터에서 개체적 에고를 초월한 무아를 깨닫고 길고 긴 구도자의 여정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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