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류시화<첫사랑>

미송 2016. 6. 24. 23:57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이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것일까
그 지붕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류시화(안재찬)시인


1958년 충북 옥천 출생
대광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1980)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