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대한 에테르 / 오정자
아마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면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가로등 수줍은 불빛이
낭만 투성이 통기타를 치는 듯
밤비가 장난질 치듯
언덕에 내리던 밤
은전 세 닢 손에 쥐고
구멍가게로 달려가던 시절
길을 막은 채 숨 죽이고
우두커니 홀로 서 있던 밤
검푸른 낭만 투성이 시절
목탄난로의 온기가
명치 끝으로 잦아들던 오두막
둔탁한 나무상자 위에
커피 잔을 천천히 올려 놓던 밤.
우선 , 에테르 Ether의 개념을 살펴 보아야겠네요. 그건 이른바 '물리학에서 빛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음파가 공기와 같은 탄성매질彈性媒質에 의해서 전달되듯이 전자기파 (例를 들면 빛과 X선)의 전달매질로 작용한다고 믿었던, 이론적인 우주의 물질인데. 따라서 그건 무게가 없고 투명하고 마찰도 없으며, 일체의 화학적인 방법이나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探知가 불가능하며, 문자 그대로 모든 물질과 공간을 투과透過하여 존재한다고 생각되어지는 것.
그렇다면, 위의 詩에서 '추억'은 일단 지나간 사실을 '돌이켜 본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간 개념상으론 그 실체가 탐지되지 않음을 말함일까. ('에테르'로서의 의미). 한편, 시에서는 추억이 잠들고 있는 과거시제過去時制의 묘사만 나열되고 있어서 그것은 더욱 현재시제로 메꾸어질 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과거의 <저 쪽에서 넘긴 시간의 페이지>가 현재의 <이 쪽에서 펼쳐지는>, 묘妙한 일치감一致感을 주고 있네요. 결국, 시에서 말해지는 '에테르'는 과거 '시간의 팔랑거림'이 현재의 '일렁이는 生'에 아직도 유효하게 닿아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추억이란 기제機制'를 통하여) 그래요, 추억은 결코, 단절은 아닌 거죠. 다만, 만져질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거겠죠.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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