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일기

죽은 시인의 청탁

미송 2017. 9. 2. 14:45



은 시인의 청탁 / 오정자

시마詩魔도 떠나 오지 않고
속에서 일어나야 할 영감도 깨지 않는
겨울에도 꽃대 꺾어 꽃잎을 물고
익숙한 입맞춤에 일어나는 나는
삭발한 머리 위 빨긋한 노을이 뜬
주름살 깊은 이마와
안경 너머 눈빛이 나무인
너에게 나를 보인다 

붕 뜬 관념이다
넌 언제나 나를 지적하지
대부분의 사람들
습관에 젖어 산다고
깨어나라고  

너도 프랜시스 잠의 목소리가 그리우니
재방송에도 지치지 않는
원스어게인원스어게인
회색 안개들
제 안에 제 길을 직관치 못해
쓰고 있을 뿐 공중에 올라
네 것이니 다 가져
관념의 눈으로만 더듬거리네 부앙
그만 좀 더듬으세요
음모와 술수는 없더라도
박박 긁는 손톱이 아무리 결벽해도
그것 역시 불필요한 것
 

불빛은 자꾸만 가뭇해져 방을 다 닦는 동안
시체로만 돌아다닌 시간의 동공
쇼파에 기댄 단 오 분의 직관 속에서만
살았다는 톨스토이여
꽃잎 주검들 속으로 오소소.

 

 


시인 자신을 겨냥한, 비평안比評眼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고 할까. 근데, 이런 類의 자아비평은 詩魔의 등쌀 끝에 확실하게 殞命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인데. 却說하고. 脫觀念性 - 말하자면, 현실에 대한 민감성의 발로이기도 한데요. 사실, 어떤 면에선 오늘의 시들은 실생활에 있어서 효용성效用性 여하로 존재의 가치가 결정되는 이 시대에 있어, 임종 직전이라 할까. (아니, 이미 죽어버린 시들도 넘 많고) 죽은 시인의 청탁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깨어난 꿈 하나 가슴에 간직하는 건,  아직 살아있는 시인들에게 그다지 큰 허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비록, 지금의 이 계산計算자 같은 세상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直觀이라 하더라두요. <안희선>

 



20101128-20170902




 





 






 

 

 

 

 

 

 

 



 

 


 


 




 

 

 

 


 


 

 

 

 

 

 

 

 

 

 

'바람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그대여  (0) 2022.09.04
화급하여 즉흥적인 말  (0) 2017.12.10
추억에 대한 에테르   (0) 2017.04.30
바이올렛 당신  (0) 2016.03.25
에스프레소 맨 혹은, 여자   (0) 2016.03.07